2017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세계스카우트총회에서 전북 새만금이 폴란드 그단스크를 꺾고 2023 세계잼버리 개최지로 결정됐다. 당시 전북도와 여가부 등은 낭보에 환호하며 철저한 대회 준비를 약속했지만 행사는 엉망이 돼버렸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극한 폭우가 물러가고 찾아온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위기를 겪었다. 더군다나 열악한 시설과 방만한 운영으로 인해 참가자들의 불만은 폭주했다. 중앙정부 개입과 기업의 지원으로 상황을 개선했지만 다가오는 태풍 소식에 참가자들은 짐을 꾸려 전국 각지로 흩어졌다.
화장실과 샤워장은 턱없이 부족했고, 캠프장 위생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한낮 폭염에 어지럼증을 호소한 청소년들로 잼버리 병원은 야전 병원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분주했다. 야영장에 나무를 심겠다는 약속은 사라지고 덩굴 식물로 만든 터널과 천막만이 쉴 곳을 제공했다. 참가자가 받은 구운 달걀에는 곰팡이가 피었고 생수와 전기마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새만금의 야영지에는 밤마다 열대야와 벌레가 찾아와 대원들을 괴롭혔다. 농지였던 야영지는 배수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 한낮 폭염에 거대한 한증막으로 변하기 일쑤였다.
영국 참가단은 열악한 환경 등을 이유로 돌연 퇴영을 선언했고 미국 또한 야영장을 떠나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로 대원들을 옮기기로 했다. 아시아 국가인 싱가포르마저 조기 퇴영에 동참하면서 참가국의 '도미노 이탈'이 현실로 다가왔다는 우려가 나왔다.
중앙 정부는 파행 위기에 몰린 잼버리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한 사람의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과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선언했다. 이때부터 야영장에는 더위에 지친 참가자들이 쉴 수 있는 대형 버스와 차가운 생수를 공급하는 트럭이 속속 들어왔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던 위생 문제도 차츰 개선됐다. 거의 매시간 화장실과 샤워장 청소가 이뤄졌고, 부족했던 비누와 화장지도 채워졌다. 지자체와 기업들은 야영장의 열악한 사정을 듣고는 지원 물자를 보내거나 봉사활동에 나섰다. 서울시와 경기도, 전남도 등 여러 지자체에서 생수와 얼음을 보내왔고, 대기업들은 에어컨이 달린 화장실과 차량, 지원 인력, 음식 등을 전달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도 지원 물품과 함께 야영장을 찾아 쓰레기를 줍거나 물웅덩이를 메우며 잼버리 정상화에 힘을 보탰다.
이런 노력으로 대다수 참가국 잔류를 선언하며 일단락되는 듯했던 사태는 태풍이라는 변수를 만나게 된다. 제6호 태풍 '카눈' 경로가 한반도를 종단하는 것으로 예보되면서 정부와 세계스카우트연맹은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모두가 야영장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참가자들은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야영장 철수 현장에서 만난 대원들은 "이제 괜찮아졌는데 태풍 때문에 이곳을 떠나야 하는 게 슬프다"고 입을 모았다.
대만 참가단을 시작으로 모든 대원이 차례차례 버스를 타고 전국 8개 시도로 흩어졌다. 버스 1천여 대가 한데 이동하면서 참가자 수송이 시작되었고 여러 지자체 협조 덕에 대원들은 큰 사고 없이 숙소에 짐을 풀었다. 스카우트 대원들을 반갑게 맞이한 전국 지자체는 '이렇게는 못 보낸다'면서 다양한 관광 대책을 선보였다. 가장 많은 1만 3천500여 명을 수용한 경기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수원화성 등 전통문화체험을 제공했다. 서울시는 서울시립미술관·역사박물관·공예박물관 문을 야간에도 열고 대한민국 수도의 문화를 알리는 데 힘썼다. 가장 먼저 퇴영한 영국 참가단은 2층짜리 시티투어버스를 타고 서울 곳곳을 돌며 야경을 만끽했다. 마포대교와 반포대교 주변의 화려한 조명과 남산 N서울타워의 야경을 감상하며 한국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대전·세종·충북 등도 지역 명소와 관광 자원을 대원들에게 소개했다. 대전시는 국립중앙과학관, 대전시민천문대 등 '과학 수도 대전 체험'을 선보였고, 세종시는 스포츠 클라이밍, 전통 음식 만들기, 입체(3D) 프린팅 체험 등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제 마지막 행사로 잼버리에 참여한 스카우트 대원들이 기대하는 'K팝 콘서트'가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고 퇴영식도 개최될 예정이다. K팝 공연에 140개국 이상의 참가단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와 경찰, 소방 당국 등은 화려한 피날레를 위해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날 공연에는 NCT드림과 마마무, 뉴진스, 몬스타엑스 유닛인 셔누·형원, 강다니엘, 더보이즈, 있지, 제로베이스원, 권은비, 조유리, 홀리뱅, 싸이커스, 피원하모니, 리베란테, ATBO, 카드, 프로미스나인, 더뉴식스, 아이브 등 총 19개 팀이 참여한다고 한다. 폭염과 태풍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고생을 많이 한 세계의 젊은이들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길 바란다.
하지만 아쉽게도 BTS는 참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BTS의 소속사 하이브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슈퍼라이브 콘서트’에 참석하는 대원들에게 방탄소년단(BTS) 포토카드가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하이브는 이날 “2023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K팝 슈퍼라이브 지원에 나선다”며 “K팝 콘서트 관람 대원 전원에게 한국 방문의 해를 기념해 BTS 포토카드 세트 4만 3000개를 무상 제공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카카오의 후원으로 기념품도 전달될 예정이다. 콘서트 리멤버 키트는 ‘2023-2024 한국방문의 해’ 기념 에코백에 K-팝 콘서트 응원봉, 한국의 대표 캐릭터 IP 중 하나인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상품, K-팝 대표 아티스트 방탄소년단(BTS) 멤버들의 포토카드 등으로 구성됐다.
하이브가 제공하는 포토카드는 하이브 인사이트에서 판매되는 공식 상품 중 하나로, 판매가액 기준 총 8억 원 상당이다. 각각의 세트는 RM·진·슈가·제이홉·지민·뷔·정국의 초상이 담긴 7종으로 구성됐다. 하이브 관계자는 “한국을 찾은 150여 개국 4만여 명의 대원들이 K팝 문화를 가까이서 느끼고 경험하실 수 있도록 지원을 결정했다”며 “이번 공연이 한국에 대한 특별하고 소중한 추억을 쌓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행의 위기였지만 각고의 노력을 통해 한국 문화 체험으로 선회하며 잼버리 행사가 유종의 미를 거두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이렇게 끝나가지만, 이후 대회 파행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둘러싼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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