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케팅 방법으로 ‘록인(Lock-in) 효과’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백화점마다 잘 꾸며진 문화센터가 있는 것이다. 사실 쇼핑과 문화를 배우는 것은 관련이 별로 없다. 또 마트마다 키즈카페가 있다. 엄마들은 아이들을 놀이방에 맡겨 놓고 편안히 쇼핑을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여유까지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대형 음식점에는 어김없이 아이들 놀이 공간을 마련한다. 쇼핑과 외식을 하러 왔다가 새로운 서비를 제공받게 되면 이 편리함이 각인되어 한동안 그 장소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록인은 ‘가두다, 감금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 록인효과(lock-in effect)는 자물쇠 효과, 고착화 효과로도 불린다. 록인효과는 경영 분야에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소비자를 묶어 두는 효과’를 일컫는다. 소비자는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해서 일단 이용하기 시작하면 자신이 사용하고 있던 제품과 서비스보다 더 뛰어난 것이 시장에 출시되어도 이미 투자된 비용 혹은 복잡함, 귀찮음으로 인해 다른 제품 및 서비스로 옮겨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소비자가 이미 익숙해진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은 록인효과가 발생하는 주요한 이유이다. 대표적인 예로 더 효율적인 자판배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쿼티(QWERTY) 자판배열을 들 수 있다.
- 최예술,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사람들은 문자는 '카카오톡'으로, 검색은 '네이버'로만 한다. ‘배달의 민족’에서만 주문하고, 커피는 '스타벅스'에서만 먹는다. 아이폰을 사용하던 사람은 갤럭시를 사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기반인 갤럭시만을 사용해 왔던 사람은 아이폰이 불편하다고 말한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 중인 쿠팡의 성공 비결도 '록인' 전략이었다. 김범석 의장은 ‘사업을 하면서 쿠팡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도록 만들고 싶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록인효과'를 염두에 둔 그의 비전과 전략은 결론적으로 통하고 말있다. 집집마다 새벽이면 초록박스가 두서너 개씩 놓여있다. 한번 쿠팡을 하게 되면 다른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은 불편하다는 인식을 갖게 되며 , 매일 밤 10시 즈음에서는 꼭 사야 할 것이 없음에도 장바구니에 물건들을 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록인효과'가 발동이 되면 자신이 쓰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 말고 다른 브랜드의 것으로 쉽게 갈아 타지 않는다. '록인'은 해당 상품에 익숙해지거나, 기존 선택을 바꿀 때 발생하는 전환 비용이 클 때 더 강하게 드러난다. 카카오톡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써서 다른 서비스로 바꿀 수가 없다.
이러한 록인 효과는 기업이 점점 커질수록 강화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네이버는 최초에는 단순한 검색 서비스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웹툰, 지도, 메일, 블로그, 카페, 메타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게 된다. 따라서 한번 네이버를 사용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관련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록인 효과는 ‘승자독식의 구조’를 강화한다. 록인효과의 영향력이 높아진 상태에서 새롭게 진출하려는 업체가 줄어들게 되고 동시에 신기술, 새로운 서비스의 확산이 정체될 수밖에 없다. 또 시장을 독점하게 된 기업은 언젠가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 거의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한 달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사람들은 한 달 무료에 현혹되어 해당 서비스에 가입하게 된다. 하지만 때론 이런 사실을 잊어버리고 해지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결제를 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예전에 휴대폰 가격을 공짜로 받고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비싼 요금제와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록인효과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록인 효과’가 한번 정착됐다고 해서 계속해서 이어진다고 확산되는 것만은 아니다. 언제나 경쟁자가 생기게 마련이고 특히 혁신적인 서비스가 시작되고 기존의 판이 바뀔 정도의 강력한 변화가 이뤄지면 록인효과는 순식간에 풀리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고급화와 새벽배송이란 혁신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마켓컬리’를 들 수 있다. 그 이전에도 식재료를 배달하는 업체가 많았지만 새벽 배송을 최초 도입한 마켓컬리는 승자독식의 락인효과를 단번에 깨버렸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여러 기업들은 록인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경재자는 그 록인 깨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게 된다. 어쩌면 그 속에서 과거의 진부함은 깨지고 낡은 것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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