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크리스마스이브의 명동을 기억하는가. 앞으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거리를 가득 메운 인파, 명동성당에서 기도하는 사람들, 겨울 간식을 파는 노점상들,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캐럴...... 명동은 늘 서울의 중심이었다. 명동에 있는 수많은 브랜드 매장들은 추운 겨울임에도 가게문을 오픈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사람들은 지갑을 열고 기분 좋게 쇼핑을 즐겼다. 쇼핑 후에 하동관이나 명동교자에서 먹는 저녁은 따뜻하고 푸짐했다.
조선 시대에 명동은 명례동(明禮洞) , 또는 '남촌'이라고 불리며 가난한 선비들이 모여사는 주택가였으나, 일제강점기 때부터 상업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1970년부터는 은행과 증권회사들이 모여들며 대한민국 경제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명동은 무교동, 남대문, 을지로, 충무로 그리고 남산까지 품고 있는 명실상부 서울의 센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뉴욕에 타임스퀘어, 파리의 샹젤리제, 도쿄의 긴자가 있다면 서울엔 명동이 있다.
지도상 명동 권역은 남대문시장, 청계천, 남산 공원, 한옥 마을, 덕수궁, 현대미술관 등 많은 명소들을 포함한다. 외국인들이 서울을 제대로 즐기려면 하루나 이틀정도가 필요할 만큼 볼거리도 많고 또 먹을거리도 많다.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산책을 한다거나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가 미술관을 구경하고, 남대문 시장에서 쇼핑을 한 다음 맛있는 시장 음식으로 식사를 한다. 또 청계천을 걷다가 광화문 광장도 갈 수 있다.
한동안 명동은 해외 관광객들의 메카였다. 특히나 관광버스에서 내린 수많은 중국 사람들은 한국 과자부터 옷, 화장품, 패션 소품들 등을 케리어 가득 구입을 했고 한국 음식을 즐겼다. 명동에서 시작한 외국인들의 화장품 쇼핑은 'K-뷰티'란 말까지 만들어 냈다.
명동은 우리나라에서 땅값이 비싼 곳으로 유명한데 '네이처 리퍼블릭 명동 월드점'이 가장 공시지가가 비쌌다. 20년째 1위를 기록 중이며 자료에 따르면 평당 6억 정도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땅값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화장품 매장이었다. 한때 ‘K-뷰티 메카’였던 서울 명동에서 코로나19 이후 화장품 매장 100곳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로드숍은 e커머스(전자상거래) 성장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19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명동 화장품 판매점 수는 28개에 그쳤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12월 128개에서 2020년 12월 77개, 2021년 12월 25개로 급감했다. 최근 명동에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며 일부 신규 매장이 문을 열고 있지만, 예전의 수준에 비하면 미미하다.
화장품 로드숍은 2010년대 초반 명동을 ‘쇼핑 성지’로 만든 주역이었다. 이 매장들은 주요 거리의 상가 1층을 차지하며 중국인 관광객을 맞았는데 주로 ‘가성비’ 제품을 내세우며 20~30대 고객을 공략했다. 그러나 로드숍은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이후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주 고객이던 중국인 관광객 발길이 뚝 끊겼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유동인구까지 줄면서 명동 등 주요 상권에서 로드숍 폐점이 줄을 이었다. 온라인으로 화장품을 사는 사람이 늘었고, 오프라인에서는 헬스&뷰티(H&B) 스토어가 대세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수렁에 빠졌던 '쇼핑 메카' 명동이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명동을 찾는 내외국인 발길이 늘면서 문을 닫았던 매장들이 다시 손님맞이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급감하면서 명동은 상가 공실률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침체했었다. 팬데믹의 영향이 서늘하게 확인되는 곳이 명동이었다. 지금도 40%대 공실률을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늘어나고 중대형 상가가 속속 들어서면서 예전의 활기를 되찾고 있다.
명동 상권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점은 숫자로도 증명된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 분석 자료에 따르면 명동역 주변 1㎞ 이내 반경 기준으로 2021년 12월 61만 4069명이었던 유동인구가 지난해 12월 83만 3847명으로 22만여 명 늘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하철 4호선 명동역 일평균 승하차 인원은 2020년 약 3만 4000명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4만 1501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서울을 방문한 일평균 외국인 방문객은 1월 5351명, 2월 6698명, 3월 1만 633명으로 매달 크게 늘고 있다. 이달 13일에는 1만 2698명이 서울을 방문했으며, 이 중 50%가 넘는 6719명이 명동이 속한 중구를 찾았다.
- 매일경재 기사, 2023.03.15
방문객이 늘면서 지난 1월 아디다스는 서울 명동 엠플라자에 '아디다스 브랜드 플래그십 서울'을 열었다. 아디다스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매장 문을 닫았다가 1년 만에 명동 상권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영업을 중단했던 생활용품점 다이소 명동역점도 리모델링을 착수하여 재개장하였다. 그 밖에도 여러 패션 매장이 다시 문을 열고 있다. 또 명동에 대규모 브랜드 호텔이 문을 열 예정이라고 한다.
앞서 말했지만 명동은 서울의 중심이고, 쇼핑의 성지이고, k-뷰티의 메카이다. 여러모로 상징성이 있는 명동이 코로나 19 와 경제 침체 속에서 다시 일어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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