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자막 공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텔레비전 오락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자막이 공해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방송위원회 산하 방송언어특별위원회는 이미 텔레비전 3사의 자막 남발이 공해 주준이라고 진단하고 시정을 권고했지만 자막 공해는 더욱 심해졌다.
이에 ‘경향신문’은 “자막 공해는 잘못된 시청률 지상주의에서 비롯됐다.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두려면 화면에 끊임없이 악센트를 줘야 한다는 제작진의 각박관념이 자막 남발로 나타난 것이다. 실제 시청률 압박을 많이 받는 프로듀서일수록 자막 의존도 높다는 한 프로듀서의 논문도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때 공해 취급을 받았던 자막은 이제 프로그램을 죽이고 살리는 중요한 변수로 자리 잡았다. 과거 출연자들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수준의 받아쓰기 자막은 가고 진행까지 하는 자막이 프로그램의 맛을 더하고 있다. 재치 있는 자막 자체가 유행어가 되기도 하고 포인트와 반전의 묘미를 살리는 역할도 한다.
자막을 줄이자니 재미가 줄어들까 두렵다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 그건 다수의 시청자들이 자막을 공해로 여기지 않는다는 걸 말해준다. 오히려 자막에서 재미를 느낀다는 데 그걸 무슨 수로 말리랴. 자막 공해는 특히 예능에서 심하게 나타나는데, 이에 대해 김은영은 자막이 ‘의미 전달의 모호성을 제거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의미 전달의 모호성 제거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장르들 중 왜 유독 예능에서 편집 기술이 발달하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예능 시청자는 출연자의 의도를 추론하기 위해 굳이 사고력을 동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내용을 단번에 간파하고 긴장과 경계심을 풀고 즐겁게 웃는 것뿐이다. 시청자를 즉각적으로 웃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조건반사 원리에 입각한 규격화나 화면분할, 자막 디자익, 그래픽, 효과음 등의 코드에 일정한 분법을 부여해 시청자가 특정한 자극에 특정한 반을 보이도록 약속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자막 홍수가 바람직하다는 것인가? 그건 아니다. 어떤 대중문화 현상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말하고자 할 따름이다. 텔레비번 자막 공해를 싸잡아 비판하기보다는 각 프로그램의 자마ᅟᅢᆨ 사용에 대한 질적 평가에 임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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