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은 곧 미국화에 대한 비판이기도 했다. 보수주의 철학자 앨런 블룸 Allan Bloom, 1930- 1992 은 현대음악을 일컬어 “자위에 대한 찬가요, 부모살해에 대한 송가”라고 비판했으며, “섹스와 증오, 그리고 형제애라는 역겨운 위선”이 로큰롤 가사의 3대 주제라고 주장했다. 들 수 있다.
이에 반하여 미국 조지메이슨대의 경제학과 교수 타일로 코웬 Tyler Cowen 은 『상업문화 예찬』에서 블룸의 주장을 ‘문화 비관주의’라고 부르면서, 문화 비관주의자들이 보이는 이런 반응은 그들이 현대음악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말해줄 뿐이라고 반박했다. 코웬은 현대음악이 대개 자유를 찬양하고 순응주의를 거부하며 권위에 도전하는 정신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 그런데 코웬은 문화 비관주의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자본주의 예찬으로까지 나아간다. 그는 “부와 경제적 안정은 예술가들에게 사회적 가치를 거부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보헤미안, 아방가르드, 니힐리즘은 모두 자본주의 산물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세계적인 예술가의 이름을 수십 명이난 열거하면서 그들의 생계를 가능케 했던 것은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시장이었다고 역설한다.
이런 문화 비관주의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가 비교적 분명한 나라에서 강하게 나타나겠지만 그 경계는 나라에 따른 다르다.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는 서양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 런던대 교수 돌로레스 마르티네즈 Dolores Martinez는 일본을 예로 들면서 문화에 대한 서구의 관념, 특히 고급과 저급 혹은 엘리트와 대중문화 사이의 분할은 보편적으로 유효한 개념인가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서구에서 엘리트 혹은 고급문화라고 분류될 법한 행위들이 일본에서는 계속 중산층의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많은 여성이 다도, 고전무용, 클래식 악기 연주 등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광범위한 여성층이 연극, 클래식, 발레, 오페라 같은 수입된 고급 외국 문화를 소비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몇백만 명의 사람들이 소위 ‘엘리트’ 행위에 참여할 때, 어떻게 대중문화로 분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오늘날 한국에서 고급문화는 정부 지원, 메세나라고 하는 기업 후원 프로그램 등에 의해 생존하고 있으며 고급무노하 소비는 어떤 점에서 시장 논리보다 더 속물적인 과시효과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물론 대중화에도 그런 서구지향성이 있디만, 비교적 쌍방향 관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중문화도 처음엔 서양에서 수입되었을망정 현지화 과정을 거쳐 다시 태어나거나 더욱 발전된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로큰롤을 비롯한 대중문화를 시궁창 문화라고 비판하고, 역으로 고급문화를 속물적, 위헌적이라고 비판할 필요가 있을까? 각자 취향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동시에 서로 배울 건 배우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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