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파워 논쟁은 영화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텔레비전에서도 똑같이 벌어졌다. 텔레비전 드라마 출연료로 수억원을 제시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벤트 업계도 스타 파워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류 때문에 못 해먹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루 행사 출연료로 10억원을 요구하는 한류 스타가 있는가 하면, 한 시간짜리 팬 미팅을 하는 데에 출연료가 2억에서 3억
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류가 스타들을 버려놓는다는 말도 나왔다.
당연히 스타 파워 때문에 방송연예게의 기존 권력관계에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백성호는 “드라마 PD의 전성시대가 있었다. 대부분의 연기자들에게 드라마 PD는 거의 절대적인 존재였다.다음 작품에 또 얼굴을 내밀려면 PD의 눈도장을 받아야 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요즘도 그럴까. 천만의 말씀이다. 방송사들은 아예 ‘드라마 PD 수난시대’라고 입을 모은다. ‘스타 파워’가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스타만 캐스팅하면 기본 시청률 15%는 깔고 간다’는 게 방송가에 떠도는 정설이다. 그러나 캐스팅부터 호락호락하지 않다. PD의 ‘삼고초려’는 필수가 됐다. 스타 연예인들의 집안 대소사를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결혼식은 물론이고 초상집을 찾아가 꾸준히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
지상파방송들의 드라마 외주 제작 비율은 70∼80%에 이르는데, 방송사가 외주 제작사에 주는 회당 제작비를 스타급 남녀 연기자 두 명이 주연을 맡고, 작가에게 고료를 주고 나면 남는 돈은 별로 없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어 PPL 등으로 추가 수입이 들어오지 않으면 보조 연기자에게 줄 출연료가 부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외주 제작사 입장에서는 드라마를 팔 수 있는 보증수표인 톱스타의 캐스팅에 목을 메기 때문에 이런 양극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톱스타 없이도 성공하는 드라마가 나올 순 있겠지만 아무래도 많이 나오긴 어려울 것 같다. 최근의 셀럽 현상이 말해주듯이, 사회 전반이 유명인에 열광하는 풍토 때문이다.
스타 파워는 우리 시대가 브랜드 시대임을 웅변해준다. 최근 스타들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스타 브랜드를 내세워 기업 경영에 뛰어드는 것도 브랜드라고 하는 상징 소비의 시대가 무르익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기업계어서 브랜드 상징의 중앙 집중화가 일어나는 것과 스타 파워 현상은 매우 비슷하다. 스타에게 매니저가 있듯이 브랜드를 관리하는 브랜드 매니저가 있는 것도 같다. 둘은 모든 면에서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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