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대중매체에 의해 그들 자신을 부족하다고 생각하도록 주의 깊게 훈련되고 있다. 여성은 다른 여성들이―옷이나 화장품, 식품의 구입이나 직업, 취미, 교육 등을 통해―자신보다 더 매력적이고 여성적이라는 가르침을 받고 있다. 그래서 물건을 계속 구입함으로써 끊임없이 자기의 성적 능력을 입증하고자 하는 욕구에 엄청나게 열중하게 되고, 그것이 회사들에게는 이익이 될지 모르지만 여성 개인에게는 잠재적인 수난이 되고 있다
물론 여성은 대중매체에 의해 훈련되는 것만은 아니다. 사실 대중매체의 발달은 여성에게 축복이기도 했다. 특히 텔레비전의 경우 그것은 여성에게 기존의 질서를 변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다가섰다. 과거 여성스러움을 강요했던 조건은 무엇보다도 여성의 정보로부터의 고립이었다. 바깐세상은 남자들만의 것이었고, 여자는 외부 세계에 대한 무식과 공포 속에서 집에서 갇혀 지내야 했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바깥세상과 가정이라는 전통적 구분을 허물어 뜨리고 말았다. 텔레비전은 바깥 세상을 가정으로 배달해 줌으로써 여성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텔레비전은 그런 축복과 더불어 기존의 남녀 불평등 구조를 확대재생산하는 쪽으로 큰 힘을 발휘하는 재앙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텔레비전은 하루도 빠짐없이 여성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열심히 가르쳐준다. 특히 많은 드라마가 ‘출생의 비밀’을 주요 소재로 다룸으로써 혈통주의라고 하는 가부장주의를 지겨울 정도로 묘사하고 있다.
2005년 정부는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출산율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속국의 드라마, 교양 프로그램 작가들을 초청, 육아의 보람과 결혼 생활의 즐거움 등을 적극 전파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무조정실은 “최근 몇 년 사이 드라마나 방송 프로그램에 독신남과 독신녀 등 ‘나홀로족’의 긍정적 묘사나 출산과 육아로 인한 이혼 등 가정불화, 사회생활에서 여성들의 불이익 등의 묘사가 부쩍 늘었다”며 “이런 내용들이 젊은이들의 결혼이나 출산 기피에도 작자 않은 영향을 준다고 판단해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가들은 그런 요청에 따라야 할까? 리얼리즘을 희생하고서라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딜래마에 대해 이론적으로 제기된 해법이 바로 교정적 리얼리즘 correctiv realism이다. 현실 반영에만 머무르지 말고 그런 현실을 교정하기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즉, 반영을 하더라도 어느 정도 교정이 가능하게끔 고발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교정적 리얼리즘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텔레비전은 가족 매체라고 하는 점이 그간 텔레비전을 규제하는 주요 이유였으나, 다른 새로운 매체들이 많이 나오면서 과연 그런 규제 이유가 타당하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설 같지만, 지상파방송의 위기가 지금보다 더욱 심화돼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 때 비로소 텔레비전 드라마는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은 그런 위기를 한사코 피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만큼 교정의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권력에는 그만큼 책이 따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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