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허구한 날 당하고만 살았어요. 환멸감을 느낄 때도 숱했지요. 예전에 어떤 기자가 이런 얘길 하더군요. 연예부 기자가 되려면 먼저 저에 관한 스캔들을 한 가지 터뜨려야만 했다구요. 물론 그런 시대에 살고 있는 제 자신이 원망스럽긴 하지만 매스컴에서 너무 스캔들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것도 엄청나게 부풀려서 말입니다. 기회가 온다면 우리나라 매스컴에 대해서 책을 쓸 생각이지요.”
가수 조용필이 이미 1993년에 한 말이다. 그는 책을 쓰지 않았지만 지금도 책을 쓰고 싶을 정도로 시달리는 스타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연예 기자들에게도 고충이 있다. 연예 기자는 유명 연예인의 리스트를 뽑아서 수시로 호적을 떼보는 것은 물론 연예인 집앞에서 잠복근무를 할 때도 많다고 한다. 한 8년차 연예 기자의 말이다.
“은퇴한 여배우 집앞에서 잠복할 때였어요. 집 뒤에 작은 언덕이 있는데, 그곳에 올라가면 방 안이 보이거든요. 수시로 올라가서 동태를 파악하는데, 도대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회의가 들더라고요. 연예인 집 앞에서 밤을 꼬박 새우며 기다리다가 당사자나 가족, 이웃에게 심한 욕을 먹을 때면 화가 나기도 하죠. 물론 그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독자가 좋아하고 궁금해하는 스타니까하고 스스로 위안해요.”
연예 저널리즘의 취재 경쟁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지만 인터넷 시대에 이르러 과거와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더욱 치열해졌다. 2012년말 웹사이트 분성, 평가하는 랭키닷컴에 등록된 연예 오락 전문지만 37곳에 달하며, 여기에 연예 뉴스만 전담하는 각 매체의 온라인 뉴스팀과 스포츠신문, 전문지 연예 섹션 등을 포함하면 그 매체 수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경희대 교수 이태광은 과열 경쟁으로 포화 상태인 연예 뉴스 시장을 두고 결국 매체가 많아진 결과 하나 이슈가 터지면 하이에나처럼 몰려가서 다 뜯어먹는 식의 환경이 만들어졌다며 매체간 평등은 보장됐으나 정글의 왕국이 됐다고 말했다.
왜 우리는 방송 예능 프로그램의 주식이라 할 연예인들끼리의 수다와 연예인들에 관한 이야기에 그토록 크고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걸까? 혹 동어반복 현상은 아닐까? 스타는 유명인인데. 유명인은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인일 뿐, 다른 큰 의미는 없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나의 관심조차 나의 내부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남들이 관심을 가지니까 나도 관심을 갖고 내가 관심을 갖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갖는 그런 반복과 순환의 게임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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