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1인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 만혼, 비혼, 이혼, 장수 때문에 선진국일수록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법인데, 우리도 선진국화 된다고 반겨야 할 일인가? 공동체가 해체되는 사회 파편화 현상이 과연 선진화일 수 있는 걸까?
어찌 됐건 그런 변화에 발맞춰 ‘혼자 노는’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나홀로족이라고 한다. 이런 나홀로족을 대상으로 한 ‘1인 마케팅’도 늘어간다. 원룸과 고시텔의 급증은 말할 것도 없고 1인 노래방부터 1인 식당까지 1인을 배려한 업소들이 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 나홀로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가 있었으니 바로 홈쇼핑이다.
소설가 이기호는 홈쇼핑을 ‘고독 산업’이라 불렀다. 그는 “총각 시절, 한동안 홈쇼핑에 빠져 살았던 적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골치 아픈 뉴스도 보기 싫고, 늘 뻔한 드라마도 보기 귀찮아 언제나 홈쇼핑 채널을 맞춰놓았다. 그곳은 일 년 내내 조명이 밝았고, 24시간 친절했으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따뜻한 세계였다.”고 말했다. 고독한 사람들이 홈쇼핑에 빠져 든다. 남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기러기 아빠, 노총각들도 홈쇼핑에 빠져든다.
홈쇼핑의 꽃이라 할 쇼 호스트가 새로운 인기 직업으로 태어난 것도 그녀들이 나긋나긋하고 자상한 목소리로 시청자의 고독을 덜어주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홈쇼핑의 배경음악이 주로 귀에 익숙한 리메이크 댄스곡인 것도, 시청자가 심리적으로 가장 안정감을 느끼는 삼각 구도로 상품을 늘어놓는 것도, 소비자의 고독에 대한 배려다. 홈쇼핑이 토크쇼 형식을 도입하는 등 이른바 ‘쇼퍼테인먼트’를 강화는 것도 그것이 고독 산업이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
누가 그렇게 내게 말을 열심히 걸어주며 내 전화 한 통화에 그렇게 열띤 반응을 보여주겠는가? 홈쇼핑 말고는 없다. 사람들을 만나면 언제 한번 보자고 말들은 열심히 하지만 보긴 언제 보냐? 우연히 보게 되면 또 보자는 뜻이다. 그러나 홈쇼핑엔 그런 건겅이 없다. 전화 걸면 금방 뭐가 날아온다. 아, 친절하고 따뜻한 홈쇼핑이여!
홈쇼핑은 시청자가 가장 쾌적하게 생각하는 공간에 떡 버티고 있는 텔레비전의 친근함을 물론 간단한 리모컨 조작으로 각종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연예인들의 친근함까지 물려받는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제품의 정보를 알려줄 뿐 아니라 바로 살 수 있게끔 해주는 스마트 TV도TV 바로 그런 친근함을 이용하려는 것인데, 혹 여기에도 친근의 환상이 작용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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