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독특한 인터넷 문화를 대표하는 것이 '댓글'이다. 영어 단어 reply에서 온 리플도 대치어이다. 꼬리, 덧글 등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정도나 내용이 질이 떨어지거나 악의적인 내용이 들어간다면 이런 것들을 통칭하여 '악플(악성 리플)', 악플을 습관처럼 쓰는 사람들을 '악플러'라 부른다. 어떤 이들은 '악플은 일종의 행위 예술'이라며 옹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규제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댓글은 서구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황상만은 한국인의 심리와 관련지어 분석하였는데 "남은 생각이 바로 나의 생각이 될 수 있다고 쉽게 믿는 한국인의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의 댓글은 개인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고 집단의 움직임이 나의 행동이 되는 사이버 공간의 한국인의 삶의 증거들이다. 댓글을 통한 한국형 인터넷 민주주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보면 성인 34.9%가 악플로 누군가를 가해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언어폭력의 피해도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악플로 인한 명예훼손 범죄 건수도 갈수록 대폭 늘어나고 있고 악플을 쓰는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곽금주는 "인터넷에 악플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은 자신의 상태와 욕구를 알리고자 하는 과시욕과 사람들의 반응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 하는 관음증의 발현"이라며 "이런 욕구가 좌절되면 익명성에서 오는 분노로 인해 더욱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허태균은 "사이버 세계는 대리 만족의 실현으로 현실보다 훨씬 큰 만족감을 준다"며 "이 때문에 사이버 세계에서 입은 상처는 오프라인에서 받는 상처보다 훨씬 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게 만드는 부장용이 있다"라고 말했다. 곽금주 교수는 이어 "인터넷에서 자신을 감춘 상태에선 사람을 직접 대할 때보다 공격성이 여섯 배 정도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사이버 공간에서 오가는 말들이 유난히 과격하고 자극적인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 경찰 수사를 받을 정도로 문제가 된 악플러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점이 놀랍다. 오프라인 세계에서 억눌린 감정을 터뜨리고 싶었다는 그들의 처지가 마음 아픈 일이긴 하지만 사이버 공간이 감정을 풀어내는 배설 공간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이들의 악플에 동조하거나 공감하는 이들이 악플러들의 인정 욕망을 더욱 자극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커진다.
악플을 규제하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가 대안으로 떠오른다. 실제 많은 사람들은 건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을 위해 인터넷 댓글 실명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실명을 밝혀 내는 절차상의 문제만 있을 뿐 실명, 익명의 차이는 무의미하다. 중요한 건 인터넷 공간이 자신을 익명의 존재로 여길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는 점이다.
오랜 세월 독재 정권을 가진 한국에는 익명성에 대한 묘한 신화가 존재한다고 대중문화의 겉과 속의 저자 강준만은 주장한다. 진보파와 자유주의파는 과거의 기억에만 사로잡힌 나머지 사이버 세계의 익명성을 열렬히 옹호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에서 악성 댓글로 인해 많은 피해를 주고, 심지어는 악플로 인한 자살 사건이 벌어짐에도 통제를 강하게 하면 권력 감시의 기능이 죽고 심지어 창의력까지 죽는다고 열변을 토하는 어리석은 이들이 존재한다.
생각과 사상을 통제했던 암울한 시대에 대한 기억이 있더라도 지나치면 뭐든지 안 되는 법이다. 자유와 권리 못지않게 댓글의 책임 문제를 더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이 저속한 악플 문화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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