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기 전 휴대폰을 보는 것은 어쩌면 오래된 습관이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있었던 일들을 휴대폰을 보며 되돌아본다. 또 내일 스케줄을 확인하기도 한다.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유튜브이나 OTT 앱을 클릭하고 하루종일 바삐 살며 보지 못했던 드라마나 영화, 스포츠 하이라이트 등을 확인한다. 영상을 보다 보면 훌쩍 예정했던 취침 시간을 넘기고 잠들기 직전까지 휴대폰을 들고 있는 자신을 확인하게 된다.
사실 어두컴컴한 방 안에서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빛을 접하면 빛을 감지하는 시세포가 낮 시간으로 착각해,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시켜 취침을 방해한다. 분명한 건 휴대폰 화면에서 나오는 푸른색 계열의 가시광선인 블루라이트를 수면 장애의 주요 원인이다.
또 이 빛은 눈에도 매우 좋지 않다. 빛을 인식하는 눈은 동그란 공 모양이다. 이런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안압이 유지돼야 한다. 그런데 잠자기 전에 불을 끄고 어두운 상태로 누워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TV 등을 보면 초점을 맞추기 위해 눈의 섬모체 근육이 긴장한다. 동공이 커지고 수정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안구의 형태를 유지해 주는 수분인 방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다. 게다가 가까운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행동 그 자체도 안구의 조절 작용으로 수정체를 두껍게 만들어 방수 배출에 관여하는 안구 앞쪽의 전방각을 좁게 만든다. 이때 오랜 시간 휴대폰의 블루라이트에 노출되면 망막과 망막 내 시세포 손상을 일으킨다. 지속적인 블루라이트 노출은 안구건조증, 백내장, 녹내장으로 진행될 수 있으며 시력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자기 전 휴대폰 사용이 불면으로 이어지는 건 블루라이트보다는 휴대폰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 그 자체 때문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수면 전문가들은 이런 블루라이트와 더불어 잠자기 전 휴대폰으로 특정한 정보를 받아들이는 행위는 그 내용이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 여부에 상관없이 불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불면증은 정신적인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휴대폰으로 충격적 뉴스나 공포 영화, 업무 관련 이메일처럼 수면에 부정적이고 짜증 나는 내용의 콘텐츠를 접할 경우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의 분비량이 증가한다. 그리고 이것은 연쇄적으로 체내 포도당 수치를 높인다. 우리 몸은 잠에 빠지기에 무척 어려운 상태가 되며 잠을 자지 못해 다음 날이 걱정되는 경우에 부정적 감정이 증폭해 수면은 더 장애를 받는다.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긍정적 콘텐츠도 불면의 고통을 가져다주기는 매한가지다. 즐거운 내용의 정보를 보면 뇌에서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들 호르몬은 시각·청각 등 감각 정보를 대뇌 피질로 전달하는 시상(thalamus)을 자극해 수면에 필요한 뇌파 진동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어릴 적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앞두고 잠을 이루지 못했던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자기 전 휴대폰을 보는 그 순간은 즐겁겠지만, 의외로 우울증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취침 시간이 지연되게 마련이다.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취침 지연 행위를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우울감 지수가 25%나 높았고 불안감 지수가 14% 높게 나타났다. 잠자는 시간이 늦어지는 것은 수면장애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또 야간에 휴대폰의 약한 빛에만 노출돼도 뇌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고대안암병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 수면 중 10LUX 정도의 빛에 노출된 경우 다음 날 낮의 뇌 기능 상태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하부 전두엽 기능에 두드러진 영향을 미쳐 작업기억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고됐다.
잠들기 전 휴대폰을 보는 습관은 비만의 원인도 될 수 있다. 생체리듬의 불규칙한 변화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를 증가시키는데, 이는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작용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체지방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렙틴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면 살이 찌기 쉬워진다. 실제로 저녁에 밝은 빛에 노출될수록 체질량 지수가 높아지고, 허리 두께가 두꺼워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월스트리트는 저널에서 잠들기 전 휴대폰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을 갖기보다는 어떤 정보를 접할지 취사선택하는 것이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자극적인 정보가 아니라 심신을 가라앉혀주는 콘텐츠를 보면 수면 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수면 의학회의 니툰 베르마는 잠들기 몇 시간 전부터는 휴대폰으로 접하는 정보에 따른 감정의 동요 수준을 서서히 줄여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숙면은 만병통치약이란 말이 있다. 숙면을 하려면 자기 전 휴대폰 사용을 지양하고 소음을 최소화해 주변을 잠에 들기 쉬운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 취침에 들 때 특정 향기를 맡거나 특정 음악을 듣는 등 자기만의 ‘수면 스위치’를 설정해, 신체가 숙면 상태로 돌입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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