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에 빠진 사람들을 핀잔을 할 때 흔히 "게임을 하면 돈이 나오냐?"라고 묻는다. 대답은 지금은 '가능하다'이다. 모 의원의 게임 관련 가상화폐 투자로 '돈 버는 게임' 즉 P2E(Play to Earn) 게임이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사람들은 도대체 P2E가 무엇이냐 질문하기 시작했다.
1. P2E 게임이란
P2E 게임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참여자가 플레이하면 가상화폐나 대체불가토큰(NFT)을 보상으로 주는 게임이다. 소셜미디어, 인터넷 커뮤니티 등 기존 인터넷 기술을 일컫는 웹(Web) 2.0과 비교해 '웹 3.0' 게임으로도 불린다.
P2E 게임은 게임에서 얻은 자원을 가상화폐와 교환해 현금화하거나, 아이템·캐릭터를 NFT로 만들어 다른 이용자와 거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블록체인을 이해해야 한다. 크립토, NFT 등 수많은 ‘신문물'의 등장을 촉발시킨 기술이다. 블록체인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데이터를 여러 곳에 조금씩 나눠서 저장하는 기술로 이때 데이터는 플랫폼 기업의 중앙 서버가 아니라 세계 곳곳에 있는 네티즌의 컴퓨터에 분산되어 저장되고, 이 덕분에 위·변조가 불가능해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에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보았다고 한다. ‘위·변조가 불가능하면 굳이 플랫폼 기업에 데이터 맞길 필요 없이 개인끼리도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개인이 데이터를 소유하고 활용하는 ‘탈중앙화'된 인터넷 세상. 이 미래의 이름이 바로 ‘웹 3.0’인 것이다.
2. 대표적 P2E게임 엑시 인피니티
P2E 개념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가장 대표적인 게임은 <엑시 인피니티>다. 게임 캐릭터인 엑시(Axie)는 이더리움 체인과 자체 사이드체인인 로닌(Ronin)상의 NFT로 발행된다. 엑시의 능력치를 향상시켜 더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들고, 새끼를 교배하고 다른 플레이와 대전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게임 토큰을 버는 것이 게임의 목적이다. 게임 토큰은 대표적인 디파이 스왑 시장인 유니스왑을 통해 거래가 가능하고 대형 중앙화 거래소에서도 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엑시 인피니티를 개발한 제프린 저린 스카이마비스 공동설립자는 DAU(일간 서비스 이용자) 2021년에 140만 명 중 60%를 필리핀 이용자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의 월평균 수익이 70만~100만 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필리핀 국민의 월평균 소득은 약 104만 원인데 적어도 필리핀에선 게임이 생계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3. P2E게임 업계 동향
<엑시 인피니티>의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다수의 P2E 게임이 올해 등장했으며, 수많은 게임이 내년 상반기 론칭을 목표로 개발 중에 있다. NFT와 P2E 개념의 도입에 보수적이던 기존 대형 게임 개발 업체들도 본격적인 진출 준비를 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위메이드, 네오위즈, 넷마블이 오는 20일(현지시간)부터 24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진행되는 GDC에 참가한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넷마블은 '모두의 마블 메타월드', 위메이드는 '미르M', 네오위즈의 인텔라X는 파트너사 블루포션게임즈가 개발한 '에오스 골드'를 선보인다.
4. P2E게임의 한계와 전망
게임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을 메타버스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기존에는 게임에서 값진 아이템을 얻거나 유용한 가치를 만들어내더라도 어디까지나 게임사의 서버에 귀속돼 있었고, 이용자 간에 현금으로 이를 거래하는 것은 게임 바깥에서 음성적으로 일어났다.
반면 P2E 구조를 도입하면 이용자가 이를 온전히 '소유'할 수 있고, 블록체인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 이용자의 몰입감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P2E 게임 영업이 불법이다. 게임산업법 32조는 '게임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을 환전·환전 알선하거나 재매입을 업으로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게임업계에서는 법을 개정해 P2E 게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이 모델의 게임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유저를 모으는 데 성공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 있다. 첫 번째 문제는 제도의 영역에 놓여있다. 앞서 말했듯이 한국에선 게임법에 의해 P2E 게임의 국내 출시는 불가능하다.
게임산업진흥에 관련 법률 제32조 1항 7조에 따르면 ‘게임에서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의 환전은 불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또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P2E 게임 관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애플은 ‘채굴이 기기 밖에서 행해지는 경우가 아닌 한, 앱은 가상 화폐를 채굴할 수 없다'는 암호화폐 심사지침을 두고 있다. 구글 역시 비슷한 조항을 갖고 있어서 양대 앱 플랫폼에서 P2E 게임이 쫓겨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두 번째 문제는 P2E라는 시스템에 내재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P2E 게임은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게 암호화폐를 지급하므로, 시간이 지나고 사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게임 내부 경제엔 돈이 많이 풀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인플레이션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코인 전체 발행량을 제한하거나 게임 내에서 소비시키는 등의 대처법이 있긴 하지만 P2E 게임 유저들의 대부분은 실물 화폐로 환전하길 원한다. 사람들은 실제 돈을 원하기 때문이다. 게임에서 코인을 얻는 족족 환전소에 가져간다면 코인의 실물화폐 대비 가치가 보잘것 없어질 것이다. 결국엔 '돈 버는 게임인데 돈이 안 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P2E 게임에 시간을 쓸 이유가 사라진 유저들은 게임을 떠나게 마련이다. 실제 P2E 게임의 ‘대장주'인 엑시 인피니티도 코인 가치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승훈 안양대학교 교수는 21일 숭실대학교 전산관에서 열린 ‘한국게임미디어협회 신년토론회’에서 “P2E 게임의 초기 형태는 17세기 튤립 투기 광풍을 따라가는 모양새라 우려된다”며 “초기 투자자들은 조금이나마 이득을 얻지만 후기 투자자들은 손실을 보는 구조다. 다단계 폰지 사기 모델 형태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P2E 게임이 안정화되려면 블록체인의 3가지 문제점인 ▲투기형 모델 난립 ▲투명성의 부재 ▲안정성의 위협이 선결되어야 한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 게임학계, 한국게임미디어협회 신년토론회(2023.2. 31)
새로 개발되는 게임들에 P2E 요소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기는, 현실 경제와 완벽히 연동되는 경제 시스템을 갖춘 ‘새로운 인터넷’이라고 부를만한 게임은 아직 없다. 하지만 P2E가 제시하는 방향성은 미래에 대한 참고할 만한 힌트이다. 앞으로 세계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는 허물어질 것이며, 현실의 개념은 확장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비현실과 현실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현실'이라고 부르게 될지도 모른다. 메타버스, 탈중앙화와 같은 말들이 더욱 확장해 나가며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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