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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 분수 먹물 테러, 환경 단체들의 예술 작품 테러 이유는?

by 코즈모코즈모 2023.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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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 분수(Trevi Fountain)는 로마에 있는 분수로 이탈리아의 건축가 니콜라 살비에 의해 지어졌고, 높이는 26.3m, 너비는 49.15m이다. 로마에 있는 바로크 양식의 분수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세계적으로도 매우 유명한 분수이다. '로마의 휴일'의 배경으로 등장하며 로마의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되었다.

 

분수의 디자인은 화려하고 섬세한 조각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분수의 중앙에 위치한 바다신 넵투네(넵투누스)다. 넵투네는 아름답게 꾸며진 수레에 타고 있으며, 그 주위에는 바다의 신들과 바다 생물들의 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이 조각들은 분수에 웅장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트레비 분수는 또한 전설과 신화의 배경이기도 하며  또 분수 앞에서 동전을 던지는 전설이 유명하다. 이 전설에 따르면, 동전을 분수에 던지면 로마로 돌아오게 되고, 왼손으로 던지면 다시 로마를 방문할 기회가 생기고, 오른손으로 던지면 로마에서 이탈리아인과 결혼한다고 전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전설을 믿고 동전을 던져 트레비 분수를 방문하는 시간을 특별하게 만든다.

울티마제네라치오네의-트레비분수-먹물테러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의 트레비 분수 먹물 테러,  출처 :로마 EPA

최근 이 트레비 분수가 먹물 테러를 당했다.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이탈리아어로 '마지막 세대'라는 뜻) 활동가 7명이 이날 "우리는 화석(연료)에 돈을 내지 않겠다"는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트레비 분수에 들어가 식물성 먹물을 부었다고 한다.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이탈리아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유명 관광지에서 '먹물 테러'를 벌여온 환경단체다. 이들은 먹물을 붓고 "우리는 화석 연료에 돈을 지불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우리나라가 죽어가고 있다"고 외쳤다.

 

이들이 트레비 분수에 먹물을 들이붓는 모습은 주변 관광객들이 영상으로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일부 시민들은 욕설과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먹물 테러를 자행한 환경 단체 관련자 7명은 즉각 경찰에 연행됐고, 시위 물품을 압수당했다.

 

이 단체는 이탈리아 북부를 강타한 홍수 피해를 계기로 기후 위기 심각성을 알리려고 이번 시위를 벌였다고 알려졌다. 북부 에밀리아에서 로마냐주에서는 이달 16일부터 17일 이틀간 쏟아진 폭우로 14명이 숨지고 3만 6000명 이상의 이재민, 수십억 유로 규모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 단체는 이 같은 '물 폭탄'의 배경에 이상 기후가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정부의 화석연료 공적 보조금 지급 중단을 촉구했다.

 

이 환경단체는 "석유나 석탄 등 화석연료에 보조금을 주지 말아야 한다"며 "시위에 쓰인 먹물이 분수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로마시장은 "우리의 예술 유산에 대한 터무니없는 공격을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위에 쓰인 먹물이 분수에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의 주장에 대해서는 "30만ℓ의 물을 버려야 한다"며 "시간과 노력, 물이 든다"고 비판했다.

이 환경단체의 먹물 시위는 이번만이 아니어서 지난달엔 역시 로마의 명소인 스페인광장의 바르카치아 분수를, 지난 6일엔 바로크 조각의 진수인 피우미 분수를 같은 방법으로 검게 물들였다. 이탈리아 정부는 강경대응하기로 하고 예술품을 훼손하거나 파손하면 최대 6만 유로, 우리 돈 8천7백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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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활동가들이 뿌린 밀가루로 뒤덮인 앤디 워홀의 아트카 출처 : 연합뉴스

파리의 경우 예술애호가들의 새로운 순례 코스로 자리 잡은 수집가 프랑수아 피노의 컬렉션 전당인 옛 주식거래소 건물 앞 찰스 레이의 스테인리스 스틸 말 조각상에 주황색 페인트를 마구 덧칠했다. 밀라노에선 문화공간에 전시된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1979년 작 베엠베(BMW) 아트카에다 밀가루 세례를 퍼부었다. 미술관에서 유리판에 보호된 채 내걸린 명작 그림에 이어 고대 유물, 공공조형물이 바로 훼손 행위의 목표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영국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돼 있는 반 고흐의 〈해바라기〉가 공격당하는 일도 일어났다. 환경단체 '저스트 스탑 오일' 활동가 2명이 전 세계에 단 6점뿐인 작품에 토마토 수프를 쏟아부은 것. 그 후, 손바닥에 접착제를 바르고 벽에 붙이며 '지구와 인류를 보호하는 것보다, 그림 보호가 더 가치 있는 일이냐며' 호통을 쳤다. 다행히 작품은 유리로 보호되어 있기 때문에 손상되지 않았다. 그들은 영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추가 시추를 반대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아카데미 시상식, 축구 경기장 등에 출몰하며 석유 산업을 반대하는 자신들의 가치관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행동주의 환경 단체. 그들은 왜 미술관을 택했을까? 작품이 유명할수록 관심과 홍보 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이 올린 영상이나, 기사에는 "지나치다", "다른 방식으로 시위해도 좋지 않을까?", "관심을 받기 위한 이기적인 행동이다"라는 비판 여론이 상당한 상태다.

 

유럽 환경 활동가들은 자신들의 훼손 시위가 예술품 감상 여건 자체를 위협하는 기후변화와 생태위기 상황의 절박성을 알리려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환경 문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여러 맥락들이 결합된 복잡계의 사안이다. 상황이 심각하다면, 내놓는 대응도 심각한 숙고를 거쳐야 한다. 탄생 과정이 환경파괴와 아무 연관이 없거나 되레 생태보전과 밀접하게 얽힌 미술품에 일종의 테러를 가해 관심을 고취한다는 발상은 단세포적이다. 외신으로 전해지는 시위 양태를 보면, 인류의 창의성과 상상력, 자연에 대한 경의의 산물인 예술품에 대한 존중이 거의 없어 보인다.

 

아이러니하지만, 서구 운동가들이 공격한 작품의 절대다수가 환경 문제가 본격화하기 전인 르네상스 바로크시대나 19세기 나온 작품들이다. 그들은 원죄가 없다. 되레 지금 파괴의 현실 앞에서 이전 시기에 제작된 작품들은 성찰과 위안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환경생태운동의 문화적 지반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적 지반을 파괴하는 것까지 우려되는 환경 단체의 과격한 테러들이 근절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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