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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인어공주에 흑인 에리얼 등장한 이유, PC논란과 블랙워싱

by 코즈모코즈모 2023.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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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한 흑인 가수 겸 배우인 할리 베일리가 주인공 ‘에리얼’을 맡은 디즈니 실사판 프린세스 영화 <인어공주>가 세계 곳곳에서 ‘별점 테러’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에서도 주연 배우에 대한 외모 조롱이나 인종 차별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디즈니의 실사 영화 <인어공주>가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나흘간 1억 1750만 달러(한화 약 1554억 원)의 수익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지만, 프랑스·한국·독일 등 해외 시장에서 이른바 ‘리뷰 폭탄’이 터지는 등 수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개봉한 직후 이 영화는 나흘간 전 세계적으로 1억 8580만 달러(한화 약 2456억 원)를 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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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인어공주(2023) 포스터, 출처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안데르센의 동화, 1989년 인어공주 원작을 훼손했다.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인어공주’는 여자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한 번쯤 읽게 되는 동화이지만 지나칠 정도로 전통적이고 왜곡된 성 역할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가득하여 현대 사회에서 비판을 받곤 한다. 이런 현대 사회의 논란거리로 잊혀 가든 이 이야기를 다시 부활시킨 것이 1989년에 나온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였다. 이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한 디즈니는 이후 10여 년 동안 줄줄이 흥행작을 내놓게 된다. 당시 디즈니는 150년이 넘는 오래된 동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하면서 많은 내용을 바꿨다. 디즈니 특유의 해피 엔딩뿐 아니라, 비극적이고 수동적인 주인공을 발랄하고 자기 주도적인 여자아이로 바꾸어 20세기 후반 관객의 기대치에 부응한 것이다.

 

하지만 당시 덴마크 사람들은 완전히 다른 작품이 된 인어공주를 싫어했다. 하지만 전 세계 사람들은 디즈니가 만든 새로운  에리얼을 사랑했다. 최근 디즈니가 1989년 작품을 실사 영화로 바꾸면서 주연배우를 유색인종인 핼리 베일리(Halle Bailey)로 캐스팅하자 관객들은 반발했다. ‘왜 백인 캐릭터(혹은 나의 ‘에리얼’)를 흑인으로 바꾸느냐’는 것이다. ‘인어’라는 상상 속 캐릭터가 아가미도 없이 어떻게 물속에서 숨을 쉬는지에 대해서는 궁금하지 않고, 안데르센의 원작을 디즈니가 애초에 얼마나 뜯어고쳤는지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인공 배우의 피부에 멜라닌 색소가 조금 많다는 사실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에리얼은 수십 년의 세월을 거쳐 이미 완벽하게 이미지가 정립된 캐릭터인데, 그걸 아무 개연성도 없이 바꾼다는 게 논란의 본질이다. 그리고 공주와 개구리의 티아나와 같이 이미 흑인 프린세스가 따로 있는데 왜 그걸 실사화하지 않고 에리얼을 흑인으로 만드냐는 말도 있고, 굳이 흑인 인어공주를 만들고 싶었다면 우리가 아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하고는 완전히 다른 스토리로 만들든가, 아님 에릭 같은 타 캐릭터들의 인종도 전부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진짜 원작인 안데르센 동화판과 비교해 봐도 말이 안 된다는 의견이 있다. 안데르센이 지은 원작 인어공주에서 주인공은 '여러 명의 아름다운 인어공주 자매들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외모, 길고 탐스러운 머리카락, 심해와도 같은 푸른 눈, 예쁜 하얀 다리(인간이 된 후), 장미꽃잎 같이 부드러운 피부를 가졌다'고 묘사되어 나왔기 때문이다.

 

인어 공주의 주인공 '베일리'의 반응은? 원조 에리얼은 베일리를 지지했다.

정작 베일리는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런 비판과 악플 세례에도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흑인 여성으로서 인종차별은 현실의 일부다. 저는 그런 것에 영향받지 않는다”며 “나는 아름다운 아이들의 반응에서 볼 수 있는 긍정과 위대함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영화에서 흑인 특유의 땋은 머리 스타일을 고수한 것에 대해서도 베일리는 “흑인에게 머리카락은 매우 중요하다”며 “나의 본질인 머리카락을 그대로 살릴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에일리역의-미국의-가수겸배우-할리베일리
에일리역의 미국의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

그는 5살 때 처음 인어공주를 보고 줄곧 인어공주를 디즈니 캐릭터 중 가장 좋아하는 공주로 꼽아왔다는 베일리는, 정체성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아리엘 역할을 언젠가 소화해보고 싶다는 꿈을 꿔왔다고 말했다. 그는 "18살에 오디션을 봤고, 19살에 배역을 얻으며 올해 나는 23살이 된다"며 "아리엘은 내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진심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베일리는 주인공 아리엘이 왕자와 사랑에 빠져 기존의 삶을 버리고 육지로 떠난다는 줄거리로 성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원작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자신이 연기할 아리엘은 원작보다 더 섬세할 것이라고 약속한다면서 "(이번 영화는) 아리엘이 남자를 위해 바다를 떠난다는 관점에서 확실히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이 영화는 아리엘의 삶과 자유, 목표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CNN이 연예 매체 코믹북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 에리엘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조디 벤슨은 베일리를 지지했다. 보도에 따르면 벤슨은 플로리다 슈퍼콘 컨벤션에 참석해 "가장 중요한 건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파트 오브 유어 월드(Part of Your World)를 부를 때 당신이 내 겉모습을 보고 판단한다면 노래에 대한 해석이 바뀔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을 감으면 여전히 에리얼의 영혼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겉모습이 어떻든, 인종이 어떻든, 국적이 무엇이든, 피부색이 어떻든 간에 우리는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과 블랙워싱(blackwashing'논란 

 

영화 관람 후 한 학부모는 자신의 1학년 딸이 ‘인어공주’를 관람 후 눈물을 펑펑 흘렸다며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전체관람가인데도 불구하고, 1학년 아이가 보기에는 부위기가 너무 어두 컴컴하다”며 “또 깜짝깜짝 놀라는 장면에 마녀가 나오는 부분에서 아이의 울음이 터졌다”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은 “진짜 물고기같이 생기긴 했다”, “가장 완벽히 원작을 박살냈다”, “인어공주 보실 분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앞에 한 분 1시간 정도 뒤에 나갔음”이라는 댓글을 달며 비난을 멈추지 않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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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인어공주 포스터, 출처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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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는 원작이 실사판으로 만들어지면서 디즈니 프린세스가 흑인화된 사례이기 때문에 원작과 실사판 사이의 괴리감이 들게 하며 반감을 사고 있는데 상업영화임에도 지나치게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한다는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어공주 논란은 2010년대 들어서며 거세진 ‘PC(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 ‘정치적 올바름’은 미국 정치권에서 등장했다. 정치인들이 인종이나 성별, 성, 종교, 이민자 등 소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언어나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였다. 현재는 미 국민의 삶에도 뿌리내렸다.

 

넷플릭스는 외부 기관에 연구비를 내면서까지 자사 콘텐츠의 다양성을 점검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넷플릭스 미국 영화, TV시리즈에서 주인공(공동 주연 포함)의 47.5%가 비백인이었다. 2018년 28.4%에서 껑충 뛰었다.

멕시코를-배경으로-하는-디즈니-애니메이션-코코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코코


디즈니도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해 오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은 로맨스보다 자매애에 초점을 맞췄고, ‘모아나’에는 당차고 씩씩한 여주인공을 등장시켰다. 멕시코의 명절인 ‘망자의 날’을 배경으로 하는 ‘코코’는 섬세한 고증으로 히스패닉계 미국인과 이민자들에게 호평받기도 했다. 흑인 히어로를 등장시킨 ‘블랙 팬서’도 있다.

 

지난해 9월 공개한 영화 ‘피노키오’에서 요정 역으로 흑인 여배우가 등장했고, 지난달 개봉한 ‘피터팬&웬디’의 요정 팅커벨 역할도 흑인 여배우가 연기했다. 실사 영화로 제작 중인 ‘백설공주’의 주인공 역시 원작과 다르게 라틴계 배우가 맡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HBO맥스는 영화 ‘해리포터’를 TV시리즈로 계획 중인데, 주연 중 한 명인 헤르미온느 역할에 흑인 배우를 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

넷플릭스의- 퀸클레오파트라-출처-넷플릭스홈페이지
넷플릭스의 퀸 클레오파트라, 출처 : 넷플릭스홈페이지

창작물이 아닌 실존 인물을 다루는 다큐나 시대극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넷플릭스는 최근 역사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를 공개했는데, 고대 이집트의 전설적 여왕 클레오파트라 7세(기원전 69년~30년)를 흑인 배우 아델 제임스가 연기했다.

곧바로 “그리스 혈통 백인으로 알려진 클레오파트라를 흑인으로 묘사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집트 고대유물부 장관을 지낸 고고학자 자히 하와스는 “완전히 가짜”라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여러 블랙워싱 풍자 포스터들

논란은  ‘블랙워싱(blackwashing·흑인화)’ 지적으로 이어지며 불이 붙었다. 과거 비(非) 백인 역할을 백인이 연기했던 관행을 ‘화이트 워싱’이라고 비판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온라인에서 이어지는 블랙워싱 조롱 현상도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다.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가상의 전기(傳記) 영화 포스터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대부분 흑인 유명 인사에 백인 배우들의 얼굴을 합성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포스터에는 영화 ‘라라랜드’의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이 등장한다. 위대한 복서 무하마드 알리의 가상 전기 영화 포스터에는 마크 월버그를 합성했다. 사람들이 일종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만들어 블랙워싱을 비꼰 것이다.

 

디즈니의 흑역사 소환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담긴 디즈니의 고전 작품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디즈니는 2021년 고전 애니메이션인 ‘피터팬(1953년)’과 ‘덤보(1941년)’에 ‘7금(7세 이하 어린이 관람 금지) 딱지’를 붙였다. 인종차별적인 내용이 일부 포함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디즈니에는 흑역사가 많다. 오는 10월이면 설립된 지 100년이 되는 회사이고 콘텐츠 기업이다 보니, 과거에 제작된 많은 작품이 당시 사람들의 인식 수준을 반영하고 있다. 21세기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내용이 많은 것이다. 그중에는 흑인과 같은 타 인종에 대한 조롱도 있고,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적인 내용 그리고 다른 문화를 함부로 가져다 사용하는 문화적 전유(文化的專有, cultural appropriation)의 문제도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된 이런 비판적 시각을 마주한 디즈니는 - 노동 착취에 대한 비판을 받은 나이키와 마찬가지로 -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문화를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백인 공주 이야기’만 다룬다는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동아시아계 캐릭터가 주인공인 〈뮬란〉이나 흑인 캐릭터가 주인공인 〈공주와 개구리〉를 만든 것이 그런 노력의 결과였다.

 

인어공주에 흑인 에리얼이 등장한 이유


디즈니가 ‘흑인 인어공주’를 택한 것이 이 같은 ‘흑역사’를 덮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NYT는 디즈니가 인어공주 캐스팅을 발표한 2019년 “디즈니는 리메이크로 ‘문제가 있는 유산’을 수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과거를 다시 쓰는 것이 디즈니를 더 진보적으로 만들지 못한다”고 평했다. “과거 작품을 본 사람들이 가진 강렬한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모아나, 코코처럼 새로운 작품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사람들의 영화 관람이 영화관에서 OTT로 이동한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해외에서는 영화관 관객 수가 팬데믹(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OTT 등장 이후 사람들의 콘텐츠 이용이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비싼 돈을 내고 영화관을 찾아가 신중하게 볼 영화를 골랐다면, 지금은 보고 싶은 시간에 소파에 앉아 시청하고 싶은 만큼 콘텐츠를 본다. 몇 편을 보든 지급하는 돈은 똑같다. 월 구독료만 내면 된다. 생각해 보니, 영화 관람이 TV 시청과 여러모로 비슷해졌다.

 

문제는 고객들이 매달 꼬박꼬박 구독료를 내도록 묶어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물량 공세와 제각각인 취향을 만족시킬 만큼의 다양성을 갖춰야 한다. ‘마블 영웅들’만으로 관객을 붙잡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통계를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미국 호주 등 영어권 국가의 인기 순위에서 북미 콘텐츠는 80~85%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콜롬비아에서는 이 비중이 절반밖에 안 된다. 한국과 일본에선 35%에 그쳤다. 기존 백인 중심의 할리우드 프로그램만으로 남미, 아시아 관객을 OTT에 묶어 두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최근 콘텐츠 기업들이 다양한 인종을 캐스팅하거나, 소수자를 기존보다 많이 등장시키는 이유이기도 하다. 콘텐츠 다양성 자체가 하나의 전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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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인기를 끈 우리나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오징어 게임’ 같은 비(非)영어권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 끈 것도 포인트다. 제작비를 적게 들이고도(블록버스터급 영화에 비해)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생각지도 못한 아시아 콘텐츠가 엄청난 성공을 거부며 비 영어권 국가의 가입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흑인 관객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미국 영화협회에 따르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영화를 보러 가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숫자가 2012년 이후 27% 늘었다. 같은 기간 백인 관객은 21% 감소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흑인 배우가 많이 등장하거나 역할 비중이 클수록 더 많은 흑인 관람객이 영화관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개봉한 ‘블랙 팬서’의 속편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가 이를 증명했다. 흑인 영웅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블랙 팬서 시리즈는 개봉 전부터 흑인 사회에서 기대를 모았다. 영국 여론조사 회사 유고브의 조사에서 흑인 응답자의 약 4분의 3이 블랙팬서를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인은 절반 미만이었다. 블랙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4억 3500만 달러(약 5800억 원)의 역대급 수익을 기록했다.

 

최근 흑인 인어공주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에서 인형 부문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아마존에 등록된 인어공주 인형은 14.99달러(약 2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눈썹 위 점까지 영화 속 할리 베일리와 똑 닮았다. 만약, 디즈니가 백인 인어공주를 택했다면, 영화가 개봉도 하기 전부터 인형이 이만큼 팔렸을까. 기대감이 덜할 수 있는 리메이크 작품을 몇 년 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게 한 것만으로도 성공한 마케팅 같다.

 

디즈니의 진화, 바람직한 다양성 추구

디즈니가 한 걸음 더 나아가 에리얼에게 새로운 피부색을 준다는 건 자연스러운 진전, 혹은 진화로 보인다. 흑인 인어공주의 등장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에는 인종주의자들도 있지만 그보다는 1989년작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나이 든 세대들이 많다. ‘왜 다양성을 억지스럽게 강요하느냐’는 불만인 것이다. 주인공이 백인 캐릭터라는 인식이 굳어진 작품을 ‘기업의 결정’으로 바꾸는 것이 거부감을 불러온 것이다. 반면 최근에 만들어진 넷플릭스의 〈브리저튼〉 같은 인기 시대극에 유색인종이 들어가는 것에는 반발이 상대적으로 적다. 새로운 것은 괜찮으나 과거의 것을 억지스럽게 바꾸는 것은 아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백인들의 백래시(backlash)와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의 부추김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오히려 흑인들 중에도 디즈니의 생색내기식 다양성 추구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없지 않다. 결국 과거의 잘못을 씻는 동시에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파격적인 결정에 온갖 견해가 쏟아지며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틱톡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 영상 하나가 화제가 되었다. 흑인 에리얼이 등장하는 새로운 〈인어공주〉 예고편을 본 흑인 여자아이들이 “엄마! 에리얼이 나랑 피부색이 같아!”라고 흥분하며 기뻐하는 장면을 모은 영상이다. 너무 좋아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왜 흑인 인어공주가 필요한지 비로소 알게 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이 백인의 눈, 백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만의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과거 애니메이션의 예쁘고 아름다운 인어공주를 보며 동심을 키운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다면 어쩌면 기억과 추억이 파괴되는 큰 충격과 혼란을 경험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뿐인 것이지 과도학 인종차별적 견해들을 쏟아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디즈니가 만든 흑인 에리얼이 등장하는 〈인어공주〉가 상업적인 의도로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바람직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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