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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알기/지금 우리는

인디(Indie) 음악, 다시 들려오길 바라며

by 코즈모코즈모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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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홍대에는 헤비메탈이 아닌 펑크와 얼터너티브를 연주하는 밴드가 등장한다. 그들이 공연하는 클럽은 아주 소규모였지만 새로운 음악을 갈망하는 X세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자유로운-음악을-추구하는-인디밴드
자유롭게 작은 극장에서공연하는 인디밴드

Indie라는 단어는 'Independent'에서 유래된 것이다. '독립' 얼마나 매력적인 단어인가. 주류에서 벗어나겠다는 용기와 도전이 떠오르며 '진보'라는 단어까지 포함할 수도 있겠다. 금요일 홍대의 열기,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난 해방감, 비주류, 실험적 정신, 알지 못하는 세계의 도전, 서투르지만 진지한 사고 등을 담은 인디음악은 이때부터 한국 음악계의 한 축으로 자리하기 시작한다.

 

한편으로 '대기업'의 일관된 문화적 통제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기도 한다.  제작자의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돈으로 직접 앨범을 제작하고, 홍보 역시 자신의 돈으로 하는 등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뮤지션이 인디 뮤지션이고, 이들의 음악이 인디 음악이다. 다만 그들에겐 큰돈이 없다 보니 많은 대중들에게 알려지지 못하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래서 대부분 앨범도 소량으로 음반에 대한 홍보도 자신들의 소규모 공연으로밖에 할 수 없다.

문화평론가 성기완은 인디를 독립적이고 주변적인 자장을 지닌 문화예술 활동으로 보면서 인디 문화를  '공룡 틈에서 노는 쥐'로 정의했다. 거대한 공룡의 알을 깨먹던 쥐가 파충류의 전성기를 무너뜨리고 포유류의 시대를 열었듯이 인디 문화가 메이저 상업 문화의 주변부에서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인디 음악이 권력과 자본에 저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인디도 있게 마련이다. 독립적인 음악을 추구한다고 어필하지만 메이저 음반사에서 음반을 내는 밴드도 다반사다. 그들 세계에서는 변절로 간주된다. 성공이 가져다준 정체성의 갈등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너바나Nervana의 리더 커트 코베인Kert Cobain의 전기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한 것은 펑크의 가치관과는 전혀 다른 것임을 커트는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옛 펑크 친구들은 벌써 그를 가리켜 변절자로 부르고 있었고, 커트는 발작적으로 죄책감이 밀려올 때마다 마약에 취하는 일이 더 많아지는 듯했다."

공연에-몰두하고있는-커트코베인
공연에 몰두하고 있는 커트 코베인

한국에선 커트 코베인처럼 고민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인디 음악은 철저하게 비주류이다. 인디 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분은 음악 이외에 다른 부업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그 주된 이유는 한국 소비자들의 획일성이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음반은 거의 아이돌이 차지하고 장르는 댄스 아니면 발라드이다. 최근 힙합 음악이 종편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인하여 주류로 합류하고 있는 추세이다. 한국 음반 시장은 세계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규모이지만 이토록 편중된 구조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이례적이다. 또 하나의 주된 이유는 홍보 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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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되어 있던 인디 문화에 적잖은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의 시발점은 '장기하'의 등장이다. 앨범을 내기 전부터 이미 스타가 된 장기하는 인디란 무엇인지 인디 음악 종사자들에게 고민을 던졌다. 일반 대중 심지어 최근 음악에 관심도 없던 기성세대들도 그에게 열광했다. 장기하뿐만 아니라 국가스텐, 브로콜리너마저 등 새로운 세대의 뮤지션들의 등장은 다시 사람들에게 인디 음악의 정의란 무엇인가 고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진정한 '독립'의 의미는 사라지고 아이돌의 대척점으로 인디음악이 인식되기 시작한다. TV에서 갈수록 보기 힘든 뮤지션들을 통칭하는 말로 인디가 불려지기 시작된 것이다.

 

음악평론가 강헌은 "1997년부터 인디의 붐을 주도했던 세 축, 홍대 앞 클럽  '드럭', '강아지 문화예술기획' 그리고 인디 제작, 유통사인 '인디'는 2000년대에 이르러 드럭을 제외하고는 모두 몰락의 수순을 걸었다.  한때 붐을 이루었던 클럽 역시 드럭과 힙합을 중시하는 마스터플랜 등을 제외하면 모두 운영란에 봉착하며 하나둘씩 우리 곁을 떠나갔다."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홍대-드럭에서-공연중인-클라잉넛
홍대 '드럭'에서 공연 중이 초창기 클라잉넛

"언더그라운드 문화는 잠수함 속의 토끼와 같다. 그것은 오버그라운드 문화가 거품 같은 소모 전으로 전략하는 것을 방어한다. 우리에게 그리고 작은 클럽 무대에 선 밴드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스스로에 대한 솔직한 탐문이다. 클럽은 클럽이며 인디는 인디다. 우리는 언제나 가장 낮은 곳에서 그리고 가장 작은 것에서 출발해야 하는 운명이다."

-강헌, 지금 문제는 인디다:클럽은 클럽이며 인디는 인디다, 국제신문, 2012

 

토끼에겐 잠수함 속의 산소가 부족헤지는 걸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그러다가 호흡곤란으로 먼저 죽을 수 있다. 대중에게 우리 음악을 알리겠다고 하면 '인디 상업주의'라고 스스로 자책하고 비판하니 어떻게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을까. 독립 음악도 멀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유통 측면에서 인디 전문 레이블의 설립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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