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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알기/지금 우리는

간접광고(PPL)가 드라마를 바꾼다. PPL의 막대한 힘

by 코즈모코즈모 2023.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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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의-천국-미국
광고의 천국 미국의 뉴욕, 직접 광고와 PPL이 넘쳐나는 미국의 모습을 한국이 닮아가고 있음

간접광고 영화, TV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의 콘텐츠 속에 특정 기업의 제품을 소품이나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등장시켜 소비자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것을 뜻한다. 영어로는 Product Placement라 불리며 PPL은 한국식 영어로 Product PLacement의 준말로  Product Placement는 원래 영화 제작 시 소품 담당자가 영화에 사용할 소품들을 배치하는 업무를 이르는 말이었으나 현재는 '간접광고'의 의미로 쓰인다.
 
2010년 합법화된 후 지상파 간접광고 시장은 5년간 10배로 성장했다. 주문형 비디오(VOD)와 인터넷 TV(IPTV)등을 통해 프로그램 광고를 건너뛰는 사람들이 늘면서 간접광고는 제작비 충당을 위한 필수요소로 떠올랐다. 간접광고는 방송사뿐 만 아니라 외주 제작사의 재 정 안정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아시아 문화 판도에서 자국의 방송경쟁력과 콘텐츠를 보호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수준으로 간접광고 시장이 커져야 할 것이다. 

연간 간접광고 시장 규모(억원), 국내 및 해외국가 PPL 규제현황과 활성화 방안

하지만 유튜브의 고도의 성장으로  지상파, 종편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가 급속히 유튜브로 유입되며 텔레비전 광고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광고주들이 텔레비전 프로그램 속에 자사 제품을 내보내는 간접광고를 선호해 드라마들이 PPL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나친 PPL로 프로그램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는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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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교수는 "PPL은 디자인과 비슷해졌다. 과거에 전자 제품의 디자인은 기능에 밀렸다. 기능이 우선이고 디자인이 나중이었다. 그러나 이젠 그렇지 않다. 디자인을 먼저 하고 기능을 그 디자인에 맞게 '구겨 넣는' 시대가 되었다. "  <대중문화의 겉과 속, 간접광고는 드라마를 어떻게 바꾸나. p.379)> PPL도 마찬가지이다. 예전에는 "그것을 어디에 삽입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이젠 아예 처음부터 붙박이로 짜 넣는다. 제작 과정의 초기부터 논의돼 스토리가 PPL에 맞게 적응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 방송법이 개정되면서 간접광고가 합법적으로 도입된 후 세부 시행령을 통해 간접 광고를 낼 때 크게 두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해당 제품의 노출 시간은 전체 방송 시간의 100분의 5를 넘 어선 안 되고, 상표나 로고가 노출될 경우 전체 화면의 4분의 1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간접광고는 합법화 이전에도 애매한 규정으로 인해 수많은 논란을 만들어냈는데,  2007년 MBC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선 불어경시대회에서 1등을 한 민호가 외할머니에게 휴대폰을 선물로 받는 장면에서 '이거 영상 통화 되는 거잖아?"라는 대사가 있었다. 등교가 늦어 급한 상황에서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는 억지스러운 장면도 있었다. 

SBS드라마-시크릿가든
SBS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의 한 장면, 폐쇄공포증 때문에 오픈카를 타는 주인공

 또 과거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주인공은 오픈카를 타는데 그 이유가 폐쇄공포증이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PPL을 녹인 사례로 꼽히는데, 지금은 PPL을 대본에 잘 녹이는 작가들이 몸값이 높아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평론가 김환표는 간접광고가 드라마의 전반적인 기조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렇게 말한다. "특히 한류 열풍을 타고 드라마 제작에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면서 간접 광고는 과거보다 더욱 사치와 소비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외제차를 타고 명품 브랜드로 치장했는데, 그런 면에서 드라마가 한국인의 명품 사랑과 소비주의를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김환표,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 2012>
 
PPL은 광고와 엔터테인먼트의 융합화 현상을 보여준다. 광고를 광고로 인식하지 말고 엔터테인먼트의 일부로 즐기면서 받아들여 달라는 주문이라고 볼 수 있다. '광고의  대중문화화' 또는 '대중문화의 광고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미국의 역사학자 대니얼 부어스틴은 미국은 광고에 의해 생겨났고 광고에 의해 성장한 '광고의 천국'이라고 했다. 광고의, 광고에 의한, 광고를 위한 '광고 공화국'이라고 해도 좋겠다. 한국도 미국처럼 광고가 드라마나 영화, 게임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는 현상은 경계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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