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세대는 1970년대에 태어나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연령층을 칭하는 말이다. 원래 세대를 구분하는 명칭은 일반적으로 범위가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여러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으로 인해 벌어지는 현상이다. X세대를 정의함에 있어 1970년대 초반 태어난 이들로 한정했지만 1970년대생 전체로, 2020년 이후에는 40대로 접어든 1980년대생까지 포함시켰다. 마치 MZ세대의 연령대가 확대되는 것처럼 X세대는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더 많다. 물론 다음 세대에게 경제적, 사회적 이슈들을 모두 다 빼앗겨버렸지만 말이다.
캐나다 소설가 더글라스 코틀랜드의 책 『X세대(Generation X, 1991)에서 따온 말로 베이비 붐 세대의 자녀들로 부모의 맞벌이와 이혼을 경험하며 자랐고 폭발장 경제 성장을 어린 시절에 경험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IMF 외환위기를 겪은 참으로 다이나막한 시대를 통과했던 이들이다. 급속도로 발전을 시작했던 IT기술을 경험하며 이전 세대보다 월등하게 컴퓨터와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온라인 네트워크를 처음 구축하기 시작한 주역이기도 하다. BB세대와 달리 사회 공통의 가치보다 개인의 가치를 앞세운 혁신적인 세대로 정의된다.
한국의 경우 1993년 태평양에서 내놓은 트윈엑스 화장품 광고로 X세대란 용어가 대중화되기 시작되었다. 당시만 해도 세대를 '알파벳'으로 구분 지어 부르는 것은 상당한 획기적이고 센세이션 했으며 모든 사회의 이목이 이들 세대로 주목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소비의 주역으로 등장하며 당시 광고들은 모두 다X세대의 관심과 이목을 선점하기 위한 것들이었다.
1993년 트윈엑스 광고를 만들어 X세대란 용어를 수입 대중화시킨 동방기획의 1995년 레포트를 살펴보면, 당시 기획자들이 주목했던 것은 10대와 20대들, 특히 20대 초반의 엄청난 인구와 경기호황에 따른 높은 자기 가처분 소득이었다고 한다. 기존 세대와 다른 당시 20대들의 특징이 나타났지만 그럼에도 공통분모를 도출할 수가 없어 하나의 마케팅 전략을 세우기 어려워 X세대란 용어를 수입해왔다고 한다.
참고로 이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창작물로는tvN의 <응답하라 1988>, <응답하라 1994>를 들 수 있다. 특히 둘 중 응답하라 1994는 주인공들이 모두 1975년에 태어난 94학번들로 1993년부터 시작된 X세대 열풍 한 가운데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래서인지 드라마는 작정하고 X세대가 겪은 시대상과 문화를 응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해태가 자신의 방에서PC로한메타자교사의 베네치아 게임을 즐기고 주인공성나정이 첫 직장으로 취업하려던 회사는IMF 외환위기의 불똥을 맞고 부도에 직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응답하라 1988은 고등학생 시기에서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X세대의 성장기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대한민국이개발도상국이었으며, 사람들은 농촌적 마을 공동체를 도시에 이식하여 살아가고 있었는데 이들은 그 속에서 이웃과 밀접히 교류하며 성장하였다. 시스템적으로도아날로그에서디지털로 갓 변모하던 시절이었기에, 이 세대는 사회 인프라나 환경 측면에서 여러모로 부실한 여건에서 자랐다. |
‘대한민국 최초의 신인류’라 불리던 세대 구분의 첫 주인공인 X세대의 지금 모습은 어떤가? 미국의 경우는 X세대의 비극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비축해둔 자산은 없고, 은퇴는 임박했다. 개인주의 붐을 일으켰던 그들은 역사상 가장 곤궁한 노년을 맞는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며 우려 섞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블룸버그의 전망에 따르며 미국의 X세대는 약 1억 명으로 X세대의 3분의 1만이 부모 세대가 자신들과 같은 나이였을 때보다 더 많은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대다수는 부모 세대가 젊었을 때보다 더 가난하다는 반증으로 앞으로 연금도 부모세대보다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X세대는 지독하게 운이 나빴다. 이들은 사회초년병 때 갓 번 돈으로 주식을 사들였지만 버블이 터지며 오르던 주식은 한순간에 급락했다. 경제 위기의 힘든 시기를 겪으며 악착 같이 모은 돈과 은행에서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했지만 금융 위기로 인해 집값은 폭락했다. 직장 생활 20년 만에 직장을 잃기도 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늘 잘 될 것 같았지만 타이밍이 발목을 잡았다. 앞으로 10년 후에 소비 능력이 없어진 그들 앞에 노년이 찾아오면 요구가 커진 복지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X세대는 40대가 된 지금도 다양한 분야에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30대 그룹 임원의 47%가 X세대이며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그 비율이 무려 90%가 넘는다. 경제,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대중문화계나 정치권에서도 X세대의 활약이 두드러져 보인다.
X세대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소비 집단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월 가계 소득은 40∼50대가 가장 많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1년 인터넷 이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경제활동을 가장 많이 한 연령층은 X세대가 속한 40, 50대다. 또한 X세대의 D2C(Direct to Consumer·소비자직접판매) 소비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중년임에도 디지털에 능숙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X세대는 자녀를. 2021년 쿠팡의 도서 매출액은 교보문고, YES24, 알라딘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쿠팡 도서 매출의 60%는 동화책, 참고서, 수험서다. X세대가 쿠팡에서 자기 책을 주문하면서 자녀를 위한 도서를 대거 구입했기에 쿠팡에 4위 서점에 오를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스스로를 위한 문화생활에도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물질적 보상이 아닌 정신적 해방감을 얻기 위해서다.
지금 X세대의 현실은 서글프다. MZ세대에게는 꼰대 취급,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덜 자란 어른’ 취급을 받는다. 앞선 세대가 만들어 놓은 수직적 조직 문화에 머리를 조아리는 한편, 위 세대처럼 되지 않겠다는 각오로 살아간다. 한편으론 빠르게 고령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X세대는 조만간 고령화 현상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다. X세대는 부모 세대에게 부채 의식을 갖고 부양 의무를 느끼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 모른다. 동시에 자신의 자녀에게는 부양의 책임을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X세대는 새로운 시대를 살았다. 그들은 냉전 시대가 끝나고 탈이념화된 시대에 청춘을 보냈다. 처음으로 PC 통신을 접하며 인터넷 교류를 시도했고, 일명 ‘삐삐’라고 하는 무선호출기와 휴대폰을 동시에 경험했던 세대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IMF를 겪었다. 이런 거대한 사회적 이슈들을 몸소 받아들이며 강인하게 살아왔던 세대이다.
X세대에 대한 담론이 처음 형성됐을 때 X세대는 “나는 남들과 달라”라는 문장으로 설명되곤 했다. 이 문장은 X세대뿐만 아니라 그 뒤를 잇는 모든 세대에게도 중요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어쩐지 점점 더 몰개성화, 획일화돼 가는 현대사회에 꼭 필요한 정신이기 때문이다. 나답게 살려고 발버둥 쳤던 치열함 경험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베이비붐세대와 MZ세대를 이어주는 멘토 역할이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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