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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알기/지금 우리는

비싼 명품일수록 로고가 작다. 셀럽과 대중의 숨바꼭질

by 코즈모코즈모 2023.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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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까르띠에-매장
도쿄의 까르띠에 매장

셀럽들이 입은 옷이나 액세서리, 신발들은 얼마일까? 어떤 브랜드의 상품을 입을까?  어디서 샀을까? 우리는 끊임없이 그들의 사진을 보며 궁금증을 갖는다. 그러나 그들이 몸에 걸치는 것들의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단서는 어디에도 없다. 그들이 착용한 패션 아이템들이 명품이거나 고가일수록 그렇다. 혹 그 정보를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망설이지 않고 카드를 꺼낸다.
 
그럼 그 제품의 희소성은 떨어진다. 희소성이 떨어지면 유행은 간다. 셀럽들은 또 다시 사람들이 모르는 로고가 작은 명품들을 찾는다. 그럼 또 대중들은 그 상품의 브랜드, 가격을 알아낸다. 이 숨바꼭질에 승자는 셀럽도 아니고 대중도 아니고 명품을 만드는 기업의 것이다. 우린 과연 합리적인가?  이런 현상을 대중문화의 겉과속(김중만)을 읽어보며 좀 더 깊이 있게 알아보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잘못된 과시욕과 소비욕구를 반성해볼까 한다. 

명품은-고가일수록-로고가-없거나작다
명품은 고가일 수록 로고가 작거나 없다.

비싼 제품일 수록 그 제품의 브랜드 로고는 작다. 로고가 큰 옷을 입거나 신으면 오히려 우스운 사람이 되어 버린다. 오히려 명품 브랜드의 제품 중 정말 고가의 것은 어디에도 로고를 넣지 않는다. 안 보이는 제품의 안쪽에 숨겨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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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은 값이 비쌀수록 호사팜의 가치는 커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한 계급에게 가격표는 본질적으로 지위를 상징하는 것이며 비싸지 않은 아름다운 물건은 아름답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가리켜 베블런 효과라고 하는데 베블런 효과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비합리적인 소비 행위임이 틀림없다.
 
비슷한 것으로 속물 효과가 있다. 이는 자기만이 소유하는 물건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는 소비행태를 말한다.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 즉 희소성이 있는 재화를 소비함으로써 더욱 만족하고 그 상품이 대중적으로 휴행하기 시작하면 소비를 줄이거나 외면하는 행위다.
 
중류층과 상류층은 늘 숨바꼭질 놀이를 한다. 중류층이 상류층을 쫓아가면 상류층은 기분 나쁘다며 다른 곳으로 숨는다. 오늘날 유행의 사이클이 빨라진 것도 그런 숨바꼭질 놀이와 무관하지 않다. 상류층은 중류층이 쫓아오면 숨어버리고, 중류층이 상류층이 숨은 곳을 찾아내면 얼마 후 또다시 숨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비사회는 물질로 자산을 내세우는 걸 매우 어렵게 만든 점도 있다. 물질의 평등이 상당한 정도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바로 '명품Luxury'다 미국에서 명품의 소비 규모는 전체 소비 규모에 비해 네 배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값이 비쌀 수록 명품의 로고는 더 작아진다. 명품을 찾는 중류층이 많아진 탓에 생긴 차별화 욕구로 빚어진 결과다. 수십 년 동안 랄프 로렌의 폴로 선수 도안, C자를 맞대어 놓은 샤넬의 도안, 구찌의 G자 도안, 루이비통의 머릿글자 도안 같은 등록상표들은 높은 가격을 뜻하는 신분 상징물 노릇을 해왔다. 그러나 그런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라도 그 물건을 사는 사람이 많아져 의미가 퇴색하자 디자이너들은 가격을 올리고 로고를 작게 만든다.
 
아무도 알아볼 수 없다면 왜 비싼 돈즐 주냐? 질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들끼리 그리고 그 근처에 가까이 가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만 알아볼 수 있는 그 무언인가가 있다. 게다가 그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능력이 대접받기 때문에 이건 아주 재미있는 수수께끼 놀이가 된다.
 
한국인의 지극한 명품 사랑은 일종의 기 싸움이다. 세계적인 명품 업체들이 첫 출시를 한국에서 하는 이유에 대한 국내 한 명품 정보 사이트의 전문가는 이렇게 말한다. "똑똑한 소비자와는 거리가 멀죠. 아무리 명품이라도 품질 등 조건을 따지는 유럽 소비자와 달리 브랜드 프리미엄만으로 너도 나도 구매를 하니, 한국만큼 안전하고 매력적인 시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한국에서는 비쌀수록 더 잘 팔린다는 법칙을 깨달은 세계 명품 업체들은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가격을 올리는 마케팅 전략을 쓰고 있다. 북유럽에서는 명품을 자랑하면 얼마나 자존감이 없으면 그러느냐고 모자란 사람 취급을 받는다지만, 한국에선 명품을 가지면 사람도 명품 대점을 받으리라는 기대가 높으니 참으로 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잘못된 명품 사랑, 돋보이고 싶은 욕망을 벗어던지고 합리적인 소비에 힘써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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