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참으로 술을 좋아한다. 우리 부모 세대들은 주로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소주로 달랬다. 그다음 세대들은 편의점에서 퇴근길에 사 온 맥주를 마시며 사회생활의 고담함을 날려 버렸다. 최근에는 와인, 막걸리 열풍이 불며 우후죽순처럼 와인 매장이 생겼고, 또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들이 출시되었다. 이처럼 술은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기호식품인 것이다. 또 유행하는 술을 통해 사회나 경제, 문화 등을 파악하고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3월 19일 이마트에 따르면 올 들어 위스키, 브랜디, 럼 등 양주로 분류되는 주류 매출이 소주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 1~2월 소주 매출 비중을 100%으로 잡으면 양주는 103.6%로 집계되었다. 2021년 1~2월만 해도 양주 매출 비중은 81.3% 수준이었습니다. 그랬던 양주가 지난해 같은 기간 95.8%로 올라서고, 올해는 소주 매출을 추월한 것이다. 양주 매출 증가는 위스키 판매량 증가 덕분이었는데 인기 위스키가 매장에 풀린다는 소문이 돌면 젊은 세대들은 오픈런을 불사한다.
위스키 구매 연령대 비중을 보면 30대 이하가 39.4%로 가장 많았고, 40대 24.3%, 50대 17.4%, 60대 6.6% 순이었다
'아저씨 술'의 대표 주자였던 위스키가 '젊은 술'로 거듭나고 있다. 2030 사이에서 위스키를 마시는 문화가 퍼지면서 위스키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대중적인 블렌디드 위스키 외에도 독특한 풍미가 있는 싱글몰트 위스키가 인기를 얻는 것도 최근 위스키 열풍의 특징이다. 기존의 유흥시장 상권에 집중됐던 위스키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스키는 가장 대표적인 '중장년층의 술'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가 진열장에 간직해 뒀던 비싼 술은 대체로 위스키였다. 맥주나 소주에 비해 비싼 가격과 40도 안팎의 높은 도수는 젊은 층의 진입을 막는 대표적인 요소였다. 하지만 최근 위스키 열풍은 2030 젊은 층이 이끌고 있다. 탄산음료를 활용한 하이볼로 높은 도수라는 약점도 메웠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와인과 달리 브랜드마다 각자의 개성을 담은 병들도 매력 포인트인데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등에서는 빈 위스키 병만 사고파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기성세대와 다른 술 문화를 추구하는 2030이 기존 맥주와 소주, 와인을 대체할 술로 위스키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위스키에 토닉워터와 레몬을 넣어 마시는 하이볼, 얼음과 물을 섞어 먹는 언더락 등 도수는 낮추고 풍미만 즐기는 방식도 위스키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홈술' 문화 역시 위스키 열풍에 한몫을 했다. 집에서 술을 마실 때는 음주량이 줄어든다. 시끄러운 분위기 속에서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혹은 혼자서 술을 음미한다. 집에서 언더락이나 하이볼로 즐기면 한 병으로도 오래 즐길 수 있다. 2030이 위스키에 꽂힌 이유다.
하이볼(highball)은 칵테일 제조법의 일종으로 기본은 얼음을 채운 텀블러 글라스에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를 일정량을 넣고 탄산수나 진저에일 등의 음료를 부어 만든다. 여기에 레몬이나 라임 등을 넣어 상큼함을 더한다. 19세기 영국 상류층에서 먼저 유행하던 방식이었는데, 이때는 스카치 앤 소다로 불리었는데 미국으로 넘어가 기차 식당칸에서 톨 글래스(Tall Glass)에 담겨져 제공되면서 미국에서 큰 유행이 되었고, 바텐더들은 이런 방식의 칵테일을 하이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750㎖ 위스키를 한 병 구입하면 하이볼을 약 20 여잔 만들 수 있다. 보틀을 열면 한 번에 마시는 와인보다 '가성비'가 훨씬 좋아 젊은 층의 부담을 줄였다. 이 때문에 2만~5만 원대 대중적인 브랜드 외 고가 위스키 판매도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MZ세대의 위스키 열풍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혼술, 홈술 트렌드가 이어질 것으로 ㅇ보이기 때문이다. 또 다양한 종류의 술들이 판매되고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위스키 문화를 즐길 수 있어 유행의 수명이 길어질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유흥시장 중심으로 구축돼 있던 위스키 문화가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이 현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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