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는 소설 ‘피터 팬’ 속 주인공 피터 팬이 살고 있는 가상의 나라로, 아이들이 영원히 나이 들지 않는 장소이다. 이를 어원으로 한 네버랜드 신드롬은 트렌드 코리아 2023에 등장한 키워드로 나이보다 젊고 개성 있게 살아가는 것을 추구하는 생활양식을 의미한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 현 상태에서 더 나이 들지 않으려는 의지, 동화의 아이들처럼 명랑하게 놀고 싶은 바람 등이 반영된 현상으로 2022년에 유행한 키덜트, 헬시플레저, 뉴트로 등도 네버랜드 신드롬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피터팬 신드롬(Peter Pan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있었다. 이 용어에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른에 걸맞은 책임과 거부한 채 어린이의 심리 상태에 머무르고자 하는 이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면이 담겨있었다. 그에 반하여 네버랜드 신드롬은 피터팬 신드롬과 시작점은 같지만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젊은 인생을 추구하며 즐긴다는 점에 있어서 보다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네버랜드 신드롬과 연관된 개념으로 '키덜트(Kidult)'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키덜트(Kidult)란 어린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어릴 적 갖고 놀았던 추억을 소비하는 키덜트 상품군을 쓸모보다는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며 소비하는 어른들을 일컫는 말이다.
네버랜드 드롬과 키덜트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현상들이 나타났는데, 최근 1998년 첫 출시돼 청년층의 유년 시절 큰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 빵’이 재출시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포켓몬 빵은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를 컨셉으로 해 다양한 종류가 있고, 포켓몬이 그려진 씰을 덤으로 증정하는 상품이다.
작년 10월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에서 열린 ‘로얄멜팅 클럽’과 ‘바비 인형’의 협업 상품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의 열기가 매우 뜨거웠는데, 이 기간 주 고객층은 유소년층이 아닌 20대와 30대였다고 한다. 1990년 대 말 TV에서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 '웨딩피치'에서 나오던 요술봉이 다시금 인기를 얻으며 원가보다 비싸게 중고거래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유아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몇 천 원짜리 액세서리 아이템은 이제 당당히 생일 파티의 필수품이 되었다. 액세서리를 하고 공주처럼 사진을 찍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놀이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반가움뿐 아니라, 어린 시절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을 경제력이 생긴 어른이 돼 구입하면서 소원을 성취하려는 심리 또한 담겨 있다.
90년 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농구 만화, '슬램덩크'가 최근 '더 퍼스트 슬램덩크'로 개봉되면서 누적 관객 수 462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순위 2위를 기록했다.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유튜브,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에서는 영화에 대한 리뷰와 더불어 원작과의 비교, OST, 명장면 등에 대한 콘텐츠가 무수하게 쏟아졌다. 그와 더불어 한정판으로 선보인 유니폼과 피규어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밀레니엄이 레트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그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을 갖고 놀았을 게임기인 '다마고치' 또한 뜨거운 인기몰이 중이다. 그와 더불어 2000년 처음 영화로 선보여 사람들을 열광시키게 했던 판타지 소설 해리포터 또한 게임 '호그와트 레거시'로 선보이면서 다시금 인기 몰이 중이다.
어른이 되었지만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어린 시절 갖고 놀았던 것들을 수집하고 이를 인증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예전이라면 분명 어른답지 못한 행동으로 치기 어리다고 놀림받았을만한 일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문화생활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오히려 이런 문화를 즐기는 것이 트렌디하다고 여겨지면서 주류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는 모습이 놀라울 뿐이다. 우리 사회 전반의 새로운 트렌드인 네버랜드 신드롬이 생겨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1. 평균 수명이 늘어남
의학의 발달과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와 식습관 개선 등으로 현재 우리는 이전 세대와 비교하여 같은 나이 대에서 건강면에서나 미용면에서나 더 어린 모습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2. 경제 불황으로 인한 취업과 결혼, 출산 시기가 늦어짐
이전 세대보다 더 늦은 나이에 사회생활을 하게 되는 시대적 상황이 신드롬의 원인이 되었다. 경제 불황으로 취업 시기가 늦어지고 결혼, 출산 또한 늦어지게 되며 자연스럽게 젊은 시절을 더 오래 유지하고 싶어 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다른 세대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젊은 감각을 갖추는 것이 우리 시대의 미덕이 되면서 이 신드롬을 자극하게 되었다.
3. 코로나 팬데믹
코로나 펜데믹으로 이전의 생활을 영위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모두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우울감과 절망을 느꼈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코로나 블랙'과 같은 단어들이 팬데믹으로 인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정서적인 문제들을 드러내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우울, 불안, 분노, 절망만이 가득한 현실 속에서 심리적 안정을 찾기 위해서 따뜻하고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돌이켜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네버랜드 신드롬이 생겨난 것이라 볼 수 있다.
4. 사회의 복잡화와 경쟁의 심화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린 시절의 추억에 집착하게 된다. 사람들은 아무 걱정 없이 편안하고 즐거웠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게 되었다.
5. SNS의 발달
소셜네트워크가 발달하고 대중화되며 사람들은 과거의 추억을 공유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사람들과의 소통 속에서 잊혀졌던 것들을 떠올리며 되살리는 것이 쉽게 되었다.
어린 시절에는 아무리 원해도 얻지 못했던 대상을 마음껏 구매할 수 있고 이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큰 성취감을 느끼는 일은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어쩌면 이렇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즐기는 것은 캠핑이나 식물을 키우는 등의 취미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어린이 취향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일이 또 하나의 취미 생활로서 인정받는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네버랜드 신드롬과 키덜트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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