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학창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은 프로스펙스 운동화를 한 번쯤은 신어보았을 것이다. 당시 프로스펙스는 국내 브랜드였지만 막 수입된 나이키와 어깨를 나란히 하던 스포츠 브랜드였다.
부산 범일동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던 양태진 사장은 장사에 소질을 보이던 아들에게 가게 한 켠에서 고무신 사업을 해보도록 허락해 주었다.‘국제고무공업사’로 간판을 걸고 ‘왕자표’ 고무신을 내놓은 아들이 손님들을 늘려가는 와중에 정미소에 불이 나는 일을 겪은 양태진은 아들의 일을 뒷받침해 주기로 결정하고 1949년 ㈜국제 화학을 설립했다.
국제화학은 1962년부터 국내 신발 기업 최초로 미국에 운동화를 수출하면서 1970년대에 총 수출액 10억 달러를 넘기는 위업을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1976년 아버지에게 사업을 이어받은 양정모 회장은 ㈜ 국제상사로 새 출발하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는데, 국제상사의 운동화를 납품받아온 해외 브랜드들이 한국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에 대항하기 위해 1981년 자체브랜드 ‘프로스펙스(PRO-SPECS)를 론칭했다.
국제상사는 3년 전 인수한 미국 브랜드 ‘스펙스(Specs)’에 ‘프로(Pro)’를 덧붙여 프로 선수들에게 적합한 스포츠 브랜드라는 의미의 이름으로 탄생된 프로스펙스를 탄생시키는다.
학의 날개를 형상화한 ‘F’ 모양의 심벌마크를 달고 세상에 첫걸음을 내디딘 프로스펙스는 수출을 통해 이미 다져진 기술력 덕분에 미국 내 6대 스포츠화로 선정되고 세계적 스포츠 잡지 ‘러너스월드(Runners World)’로부터 5성급 등급을 받으면서 빠르게 운동화 시장 중심부로 침투했고, 국내 소비자들을 향해서는 ‘우수한 국산 제품’, ‘우리 체형에 맞는 스포츠화’ 임을 강조하며 고급화 전략을 고수한 결과 수입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버틸 수 있었다.
1986 서울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공식 스포츠화로 전성기를 맞았지만 이후 부침을 겪었고 결국에는 1997년 외환 위기를 넘지 못하고 부도를 맞게 된다. 그 후 2007년 LS그룹에 인수되어 지금에 이른다.
2000년대 걷기 열풍 속에서 워킹화를 출시하여 부활을 알렸고 피겨 선수 김연아를 광고 모델로 발탁하며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냈다. 최근 레트로 열풍에 따라 프로스펙스는 오리지널 라인을 구축해 젊은 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오리지널 스포츠는 70년대 후반 미국 보스턴 시티를 중심으로 전개했던 스펙스(SPECS)의 오리지널 제품들을 빈티지 스포츠 무드로 재해석해 론칭한 ‘프로스펙스’의 신규 라인이다. ‘프로스펙스’의 *헤리티지 감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해 표현하고 있다.
특히 대표 모델은 ‘마라톤 220′은 마라토너 데이브 맥길리브레이가 1978년 미대륙 횡단 시 착용한 운동화다. 이번에 프로스펙스가 선보인 한정판 스니커즈 ‘마라톤 220′은 스니커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유튜버 ‘와디’와 협업해 만들었다. 스니커즈를 복각(復刻)해 블루와 옐로 컬러로 각각 100켤레씩 출시됐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의 보스턴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했던 스펙스(SPECS)의 오리지널 제품을 재해석하여 MZ세대를 겨냥해 빈티지 스포츠 분위기로 만들었다.
마라톤220이 한정판으로 출시되던 날 이 스니커즈를 사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몰렸고 곧 완판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그저 한국 상표라서가 아니라 이 브랜드의 역사와 전통에 가치를 인정하며 구입을 했다고 한다. 레트로 열풍을 타고 기성세대에겐 향수를 새로운 세대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한 마케팅일 수도 있지만 마라톤220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었다.
1980년대는 획일적인 교복을 입었던 시기라 운동화 하나로 부모의 경제적 지위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던 시절이기도 했다. 당시의 프로스펙스 신발 가격이 2만 원을 넘었다. 그때의 물가를 고려하면 상당한 고가였다. 당시 부모들은 자녀들의 성화에 못 이겨 부담스럽지만 지갑을 열었다. 또 당시 학교에서는 프로스펙스 운동화 도난 사건도 많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 프로스펙스가 뉴트로 마케팅을 계속 성공적으로 이어갈지는 의문이다. 현실은 몸집이 커진 나이키와 아디다스와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인데 사실은 쉽지 않을 것이다. 세계 유명 브랜드와 셀럽과 협업을 이어나가기도 하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첨단 기술을 입히는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프로스펙스만이 가진 헤리티지를 잘 활용한다면 나름의 입지를 확고히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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